日매체들 ‘오버투어리즘’ 폐해 지적 기사 쏟아내
“사찰 장례식을 축제로 착각해 연신 사진 찍어”
지자체들, 주민 불만에 ‘관광객 감축’ 방안 고심

 

일본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가운데 교토 관광지의 거리를 방문객들이 걷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교도 AP 연합뉴스

 

갈수록 심각해지는 ‘관광 공해’에 지역 주민들은 고뇌와 한숨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일본에 ‘관광 공해’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 매체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로 현지 주민의 생활이 침해되는 현상)의 폐해를 지적하는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겐다이(現代)비즈니스’가 ‘불편’과 ‘민폐’의 수준을 넘어서 부동산과 생활물가 상승 등 주민 기본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오버투어리즘의 실상을 상세히 다뤘다.

기사의 제목은 “‘장례식 촬영’, ‘마이코의 옷깃에 담배꽁초’…전국에 확산하는 악몽의 ‘관광 공해’…교토 주민들은 ‘이제 관광객은 그만!’”.

 

일본 기후(岐阜)현 북서부의 하쿠산 기슭에 있는 시라카와 합장촌의 전통 가옥인 갓쇼즈쿠리. 갓쇼즈쿠리란 억새와 비슷한 가야(茅)라는 풀로 지붕을 만든 전통 집을 말하며, 지붕의 모양이 마치 합장을 하는 듯하다고 해 합장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2018.7.10 연합뉴스

 

기사는 1995년 ‘갓쇼즈쿠리’(눈 피해를 막기 위한 독특한 지붕의 일본 건축양식) 마을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기후현 시라카와고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사찰 등에서 열린 장례식을 축제로 착각해 눈앞에 망자의 관이 나올 때까지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용변은 정해진 곳에서 해결’, ‘쓰레기는 되가져갈 것’ 안내까지

시라카와고 관광협회가 배포한 매너 가이드에는 ‘용변은 정해진 곳에서 해결’, ‘쓰레기는 되가져갈 것’, ‘불꽃놀이 금지’ 등 경고가 나열돼 있다.

 

일본 나라현 나라시 사슴공원 김태균 기자

 

시라카와고 관광협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근 가나자와시 등에서 렌터카를 끌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관광객 수요로 숙박시설 요금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수도 도쿄도의 경우 올해 1~3월 평균 호텔 객실 단가가 2만 1587엔으로, 2019년에 비해 3175엔(17.2%)이나 높아졌다.

겐다이 비즈니스는 “호텔 숙박료 급등으로 지방 주민들의 도쿄 여행은 물론 업무상 도쿄 출장도 비용이 증가해 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교토 기요미즈데라에서 바라본 교토 시가지. 김태균 기자

 

“호텔 숙박료 급등으로 출장비 부담도 늘어 기업 활동까지 지장”

기사는 미국에서 ‘희망 관광지’ 세계 1위에 꼽히기도 했던 교토시의 상황도 소개했다.

현지 언론사 기자는 “교토시에서는 관광객의 비매너 문제나 민폐 행위 등이 일찌감치 문제가 돼 왔다”며 마이코(舞子·어린 기녀)를 무단으로 촬영하거나 졸졸 따라다니는 등 행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마이코의 기모노(전통의상)를 잡아당겨 옷감이 찢어지거나 목덜미 옷깃에 담배꽁초를 집어넣는 등 용납할 수 없는 피해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의 관광객들. 김태균 기자

 

관광지 주민들은 우후죽순 늘어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교토의 경우 게스트하우스가 약 2800개까지 늘어닜다. 대부분 낡은 주택이나 작은 빌딩을 개조한 것으로 주로 주택가에 들어서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고, 관광객들로 게스트하우스 주변 식당이 너무 붐벼 정작 현지인이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되는 후시미이나리신사, 기요미즈데라 등 지역 인근 음식점은 극심한 혼잡에 시달린다.

 

일본 오사카의 대표적 관광지인 신세카이 혼도리 상점가. 김태균 기자

 

“교토는 버스 망이 잘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지와 중심부, 주택가 등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여행 가방을 든 외국인들로 붐벼 실제 거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버스 편을 늘리려고 해도 운용 인원이나 주차장이 부족하다.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아 반드시 이용을 해야 하는 고령자들의 이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현지 주민들 “이제 더 이상 관광객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사는 “가뜩이나 한정된 교토의 땅들이 속속 호텔 용지로 전용되면서 개인용 주택의 가격이 치솟는 등 부동산 가격 상승도 심각하다”며 “가라스마오이케, 시조 등 중심부에서는 중고 아파트도 평당 500만엔이 넘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조차도 교토 시외나 인접한 시가현으로 가야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교토시의 인구 감소는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신바시역 인근. 김태균 기자

 

나카이 지로 분쿄대 강사(사회학)는 “시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해지면서 교토에서는 ‘이제 더 이상 관광객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관광객 수를 어떻게 하면 억제할 것인가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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