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괜찮지만 골프 카트 피해야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대피
마지막 천둥이 울리고 30분이 지난 뒤 움직여야
즉시 119 신고하고 심폐소생술 실시
한국전기연구원 실험 결과, 높고 뾰족한 우산을 든 마네킹에게 인공 낙뢰가 떨어졌다./한국전기연구원
강원 양양군 해변에서 벼락(낙뢰)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낙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벼락은 한 해 수만번씩 관측되지만, 주로 폭우와 동반해서 나타나다 보니 벼락 자체에 대한 경계는 덜한 편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정말 흔치 않은 현상이다.
낙뢰 사고는 주로 여름철에 산지와 주변에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에서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 해변이나 해수면 역시 ‘습한 평지’로 위험지대에 속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낙뢰의 71.5%는 6~8월에 집중된다.
천둥·번개 시 실내 ‘안전’
낙뢰는 적란운(thunderstorm cloud)에서 전기를 띤 입자가 땅으로 떨어져 전기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이를 방전이라고 하는데, 그 때 주변 대기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생기는 폭발음이 천둥, 강한 빛이 번개다. 번개의 25% 정도가 벼락이 된다.
벼락은 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대기 하층이 습할 때 발생하기 쉽다. 공기 중 수분이 구름 속 전기 입자를 땅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기가 건조하면 전기는 내려가지 않는다.
땅에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에는 맞설 방법이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낙뢰가 지나가는 곳 전압은 약 1억 볼트 이상이고,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 7000도나 돼 사람이 맞으면 80%가 즉사한다.
기상청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나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를 예보했다면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낙뢰 예보 시에는 등산, 골프, 낚시 활 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우산보다는 비옷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지난해 발표한 ‘낙뢰 위험 예방 행동 요령’에 따르면 낙뢰를 피하려면 천둥 번개가 칠 때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처럼 높고 뾰족한 곳을 피하고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한다.
천둥 번개가 칠 때 뾰족한 구조물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은, 전기를 띤 입자가 빨리 이동하려고 뾰족한 물건에 먼저 닿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우산·등산스틱·골프채 등 긴 물건은 몸에서 떨어뜨리고 머리 위로 드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실제로 전기연구원은 낙뢰가 발생하는 날을 가정한 실험에서 지면보다 높게 있거나 우산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마네킹이 벼락을 더 많이 맞았다고 밝혔다.
가까운 건물 안으로 피할 때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한쪽 발만 땅에 대거나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보폭이 길면 두 발 사이에서 전위 차가 발생해 몸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벼락이 목장에 떨어지면 앞뒷발 간격이 큰 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같은 이유다.
운전 중이라면 안전한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에 내려친 낙뢰는 부도체인 내부를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전기가 통하는 금속제 차체 외부를 거쳐 곧바로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지붕이 열린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트랙터, 골프 카트, 콤바인 등은 타지 말아야 한다. 낙뢰가 바로 사람에게 떨어질 수도 있고,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는 낙뢰를 맞으면 통과하지 않고 안에서 열을 받아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나 정자는 벼락을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벼락에 맞기 쉬우므로 그 아래로 피해서는 안 된다.
피뢰 설비가 없는 헛간과 나무 또는 돌로 된 오두막이나 버스 정류장과 같이 부분 개방된 피난처는 벽면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중앙에서 웅크린 자세로 피해야 한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다리는 모으고 손은 귀를 덮고 머리를 땅에 가깝게 두고 웅크려 앉는 게 좋다. 집에서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아둬야 한다.
낙뢰 국민행동요령/행정안전부 제공
벼락을 피하는 ‘30-30 규칙’이 있다.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마지막 천둥이 울리고 30분이 지난 뒤 움직여야 한다. 빛의 속도는 30만㎞/s이고 음속은 330㎧로 번개가 치고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렸다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번개가 번쩍이고 6~7초 후 천둥이 들렸다면 약 2㎞ 거리에서 번개가 친다는 뜻이다.
낙뢰환자, 즉시 인공호흡과 심폐소생...화상환자 서둘러 옮겨야
낙뢰에 맞아 감전이 되면 가능한 한 빨리 119에 연락한 뒤 서둘러 응급처치에 들어가야 한다. 먼저 주변인들과 함께 낙뢰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낙뢰 피해자를 옮기고 의식 여부를 살핀다.
의식이 없다면 호흡·맥박 여부를 확인하고 호흡이 멎어 있을 때는 인공호흡을, 맥박도 멎어 있으면 인공호흡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119 구조요원이 올 때까지 주변인들과 함께 피해자를 응급조치하고 피해자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가 맥박이 뛰고 숨을 쉬고 있다면 주변인과 함께 피해자의 다른 상처를 가능한 한 빨리 찾는다.
몸에서 낙뢰가 들어가고 빠져나온 부위의 화상 정도를 체크하면서 신경계 피해와 골절 여부, 청각과 시각의 손상 여부를 체크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주변인들과 함께 피해자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로 안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의 의식이 분명하고 건강해 보여도 감전은 몸의 안쪽 깊숙이까지 화상을 입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서 응급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낙뢰는 크게 직격뢰, 접촉뇌격, 측면 섬락, 보폭 전압으로 나뉜다. 직격뢰는 벼락이 직접 사람 몸을 관통해 땅으로 떨어진 것, 접촉뇌격은 골프채나 등산스틱 우산 물체에 떨어진 벼락이 사람을 거쳐 땅으로 들어간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심장마비 등 장기 손상으로 대부분 사망한다.
측면 섬락은 물체에 떨어진 벼락이 공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된 경우다. 전류가 심장이나 머리로 흐르면 사망하게 된다. 보폭 전압은 땅으로 떨어진 벼락이 대지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사람의 발에 흘러 들어간 경우다. 양 발 사이 전압 차이가 일정 값을 넘으면 위험할 수 있다.
낙뢰 예보 시 행동요령은 행정안전부의 국민재난안전포털을 살펴보거나 전기연구원 홈페이지(www.keri.re.kr)와 유튜브 채널에서 ‘낙뢰 안전 가이드북’ ‘낙뢰를 피하는 방법 영상’ 을 참조하면 된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