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아우루스 제조공장 조립라인의 모습.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 징집과 러시아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인력난을 맞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가 최악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규모 징집과 러시아 탈출 행렬이 맞물린 결과다. 가뜩이나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적 고립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노동력 부족은 미래 성장 잠재력까지 짓누르며 러시아 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중앙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분기 러시아 기업들이 1998년 관련 통계 이후 최악의 인력 부족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인 핀엑스퍼트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의 35세 미만 고용자수 역시 199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다. 5월 실업률은 3.3%로 소련 해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는 기업들은 고령의 근로자까지 작업 일선에 투입하고 있다.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 용접공 등 기술직의 인력난이 특히 심각하다. 러시아 제조업계는 지난해 약 35%의 업체가 “인력 부족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제조업 인력도 부족하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연방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전쟁 지원을 위해 필수적인 기계 제조와 광업 등의 인력 부족을 언급하며 “노동시장의 이런 상황은 생산량을 더 확대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만 30만명의 예비군을 징집했다. 또한 전쟁 발발 이후 100만명 이상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WSJ은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큰 이민 물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강온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 근로자들에게 세금 감면과 저렴한 대출 등을 제공하는 한편 의회는 러시아를 떠나면 재산을 압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통과는 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관리들에게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 부족은 당장의 생산성 감소뿐 아니라 러시아 경제의 장기적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노동 공급 감소로 기업의 구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 수준이 상승하고 있다. 임금 인상은 결국 기업의 이익과 투자 감소,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실리 아스트로프 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인적 자본의 손실은 경제에 재앙”이라면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은 앞으로 수년간 경제 잠재력을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