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주 엘코시 주민 콜레트 레이놀즈가 올린 ‘모르몬 귀뚜라미’ 떼 영상. 출처 콜레트 레이놀즈(Colette Reynolds) 틱톡 영상 캡처. 연합뉴스
기후변화 영향 무차별 출몰… “소름 끼친다”
미얀마선 58년만에 최저-최고기온 오락가락
유럽은 올여름 ‘극한 무더위’ ‘물 부족’ 경고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의 경우 ‘모르몬 귀뚜라미’로 불리는 곤충이 떼로 출몰해 집과 도로 등을 뒤덮으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가 하면 미얀마에서는 58년 만에 최고·최저 기온이 연이어 기록됐다.
16일(현지시간) 트위터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최근 네바다주 엘코시 주민들이 올린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사진과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모르몬 귀뚜라미 떼가 자기 집 벽과 기둥, 창문 등을 빽빽이 뒤덮은 모습을 틱톡에 올린 콜레트 레이놀즈 씨는 영상에서 “저것들이 말 그대로 사방에 있다”며 “정말 역겹고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네와 시내 전체에 이런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웃집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 병원은 더 심하게 뒤덮여 있다”고 전했다. 매일 매일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며 ”집 전체가 벌레에 휩싸여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걱정이 돼서 15분밖에 못 잤다“고 호소했다.
15년간 이 도시에 살았다는 주민 테드 베라스 씨는 최근 몇 년간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출몰이 더 심각해졌다고 NBC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라스는 ”귀뚜라미 떼가 도로를 뒤덮은 상태에서 차들이 그 위를 치고 지나가는데, (도로 위에 달라붙은 사체들이) 도로를 미끄럽게 만들어 위험하다“며 ”전에 트럭을 몰고 귀뚜라미 떼가 있는 커브 길을 지나다 미끄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곤충이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서 잘 번식하는 습성을 지적하면서 미 서부에서 최근 가뭄과 온난화가 심해짐에 따라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네바다주 농림부는 지난 몇 년간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살충제와 곤충 성장 조절제 등 약품을 살포해 왔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곤충은 농작물을 먹어 치워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개체 수가 많아지면 토양 침식과 수질 악화 등을 일으켜 목초지와 경작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네바다주립대는 경고했다.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의 시트웨 지역이 사이클론 ‘모카’로 폐허가 된 모습. 출처=로히터. 연합뉴스.
미얀마에는 이상기온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기상수문부는 중남부 몬주 떼인자얏구 기온이 지난 15일 58년 만에 해당 지역 최저인 18.8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기온은 불과 약 2개월 전인 지난 4월 43도까지 올라 5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최근 보고서에서 동남아의 폭염이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200년에 한 번 있을 일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이 ‘역대 최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은 이미 물 부족을 경고하고 있는데, 미국 CNBC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EU) 의원들은 전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 물 위기’를 주제로 열린 총회 세션에서 기후 위기 심화로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이미 수년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자원 보존과 개선을 위한 조치 강화를 촉구했다.
기록적인 겨울철·봄철 고온 현상으로 유럽의 강과 스키장은 이미 눈에 띄는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물 부족 때문에 시위도 벌어졌다.
카드리 심손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보내온 사진은 EU 역내 곳곳에서 극도의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슬프게 확인시켜줬다“며 ”어떤 지역은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다른 지역은 홍수를 겪고 있다. 대부분 수질오염의 결과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