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들, 한국 등 주변국 '오염수 방류' 우려에 "충분히 이해…정부가 안전성 홍보 더 강화해야" 요구
6월12일 오전, 일본 도쿄전력은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원전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에 축적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위한 설비의 시운전을 시작했다. 2021년 4월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를 정화하고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2년2개월 만이다. 도쿄전력은 약 2주간의 시운전 기간 동안 원전 내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담수를 해수와 섞어 방류한다는 방침이다.
5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바다 방류 계획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Xinhua 연합
日 주민, 안전성보다 '풍평피해' 더 걱정해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내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안전기준에 맞도록 정화한 물을 '처리수'로 호칭하며, 처리수가 삼중수소 안전기준에 맞춰 희석된 후 해양에 방류되기 때문에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해양 방류 후에도 근해에서 잡은 해산물은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거듭된 설명에도 일본의 후쿠시마현·미야기현·이바라키현 등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지역의 어민들은 해양 방류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명하고 있다. "고향에서 어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에서 반대한다. 해양 방류를 한다면 정부와 도쿄전력이 책임을 지고 실시했으면 좋겠다" "정부의 풍평피해(風評被害·잘못된 보도나 뜬소문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것) 대책은 우리들의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 해양 방류에 절대 반대한다" "인바운드 관광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측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 (오염수의)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던 만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약속을 어기고 해양 방류를 강행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 대한 안전성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 중국 및 태평양 연안국들이 연일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전기준에 맞춰 오염수를 방류하면 환경이나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내 이 같은 여론에 일본 정부는 6월13일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해양 방류 관련 설명회를 열고 과학적·기술적으로 볼 때 해양에 방류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해수와 비슷한 정도여서 "국경을 넘는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태평양 연안국인 팔라우의 수랑겔 윕스 대통령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하고 도쿄전력으로부터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윕스 대통령은 시찰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을 견학한 것은 좋은 기회로, 여러 과제가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원전) 폐로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발언했으며, 오염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특히 한국의 반응 및 여론 분위기에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TV아사히는 6월12일 한국에서 벌어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서 한 어민단체가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닛폰TV는 6월13일 저녁,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염수가)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되고 우리의 안전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오염수 방류 방침으로 인해 한국의 소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불안을 느껴 해양 방류 전에 소금을 구매해 두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日 언론, 한국 어민들의 반대 시위 등 주목
이렇듯 한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일본까지 전달되는 가운데, 필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대다수 일본 국민은 한국 등 주변국의 불안감에 대해 "충분히 이해된다"며 수긍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전성이 담보된 것이라면 해양 방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도에 거주하는 A씨(21)는 "일본 내에도 어민과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다. 그러나 반대 이유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해양으로 방류되는 것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풍평피해'에 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풍평피해 대책을 세우고 안전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린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반대 집회까지 열린 줄은 몰랐다. (한국인이) 일본인에 비해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반대 집회가 일어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안전성을 설명한다고 해서 한국 국민이 이를 온전히 납득할까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일본 정부의 충분한 설득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한일) 양국 간 완전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해양 방류 이후에도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해산물을 먹는 데 거부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다"면서도 "단, 후쿠시마산을 굳이 골라 먹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일본 내 식품의 유통 과정에 대해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도쿄도에 거주하는 S씨(39)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해양 방류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일본 국민도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다른 방식으로 '처리수'를 처분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일본인조차도 불안을 느끼는데 한국 국민이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 간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국민의 우려를 이해하고 일본 정부가 그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평피해에 관해서는 "지역주민들을 생각하면 그런 피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나조차도 솔직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사먹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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