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세대교체? 언제까지 '유재석'만 정답은 아니다

by 민들레 posted Jun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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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위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여전히 캐스팅 1번은 유재석. 국민MC의 대단함과 별개로 참신함을 위한 시도조차 사라진 세태가 아쉬움을 남긴다.  

코미디언 이용진은 최근 진행된 MBC 예능 프로그램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약칭 안하던짓)'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선 티저 영상에서 '예능 세대교체'를 언급한 포부에 대해 "사실 이루지 못하니까 할 수 있는 개그의 소재였다"라고 말했다. 흔한 너스레 같았지만 함의는 묵직했다. 발언 당사자인 이용진조차도 이미 백상 예술대상 수상자인 데다 이미 38세라는 점에서 한 말이겠지만, 왜 예능 세대교체는 못 이룰 일인가.

방송, OTT, 유튜브까지 최근 예능 콘텐츠는 어느 곳에서도 쏟아진다. 롱폼부터 숏폼은 물론 소재와 출연자 경우의 수도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K콘텐츠의 붐이 K팝과 드라마, 영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실제 넷플릭스에서도 '피지컬:100', '솔로지옥'과 같은 한국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독 방송가의 캐스팅 러브콜은 과거에 정체돼 있다. '유재석'으로 대표되는 과거 예능의 흥행 보증 수표들에게 러브콜이 우선적으로 향하는 것이다. 예능 출연자들도 플레이어라고 본다면 '올 타임 레전드'인 사람들에게 먼저 기회가 쏟아지는 이유가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이들의 중량감을 생각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유재석이든 이효리든 혹은 '대상급'으로 꼽히는 이경규, 신동엽 김구라, 전현무 등의 역시 섭외 1순위 멤버들은 출연료부터 진행, 활약 영역까지 존재감이 상당하다. 때문에 이들이 출연할 수 있는 방송의 포맷은 규모나 성격이나 나름의 틀이 정해져있다. 이런 멤버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예능의 형식도 소위 주말 방송가에서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MBC 제공] MBC 새 예능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용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만한 스타들이 없이는 방송조차 어렵다는 것. 제작진이 참신한 얼굴을 제안해도 "이 멤버로 되겠냐"는 말이 나오기 일쑤다. 이조차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게 자연스레 예능에서 유독 톱스타 플레이어들이 다작을 하게 된 배경이다. 과거에는 이를 두고 '규라인', '유라인', '강라인' 등의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고 꽤 유효하게 먹혔다.

방송사 입장에서 이들의 중용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현재 TV의 주 이용자들은 중장년층이다 최소 40대부터 5060 심지어 그 위까지. 1020세대의 취향이 세분화 돼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취향은 고정적이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이 TV 안에서 대물림되는 이유다.

그러나 시간은 반드시 흐르고 시청 풍토는 느릴지라도 분명히 바뀐다. 세대 간 격차가 큰 만큼 기존 중장년층 위주 시청 풍토에만 맞춰 머물러 있는 제작 환경은 언젠가 현재의 MZ세대가 중장년층이 됐을 때를 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얼굴을 찾고 발굴해내야 한다. 새 얼굴이 단순히 신선함을 떠나 방송 산업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참신함을 잃거나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래 TV 방송의 자리는 없어질 지도 모른다. 과거의 지위를 잃고 올드 미디어, 레거시 미디어, 매스 미디어로서 기능만 하는 플랫폼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나. 심지어 유재석도 유튜브에 진출하고 OTT에 나오고 라이브 방송을 시도하고 있다. 괜한 일이 아니다. 톱스타 플레이어들을 여전히 찾으면서도 그들의 발자취도 쫓아가지 못한다면 살아남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비 없는 대중의 판단 앞에 생존도 사치가 되기 전에 느슨해진 신선함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