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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초등학교 6학년 외동딸을 둔 워킹맘 박모(43)씨는 지난해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려다 말았다. 매달 200만원 가까이 나가는 학원비 때문이다. 5년 전과 비교해 학원비로 한 달에 100만원쯤 더 쓴다. 남편 월급은 매달 고스란히 집을 사느라 진 빚을 갚는데 들어간다. 박씨 월급을 생활비로 쓰는 데 회사를 그만두면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박씨는 “소득은 찔끔 늘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비는 성큼 뛰어 생활이 팍팍하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교육부에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지시한 뒤 1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가 열리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학원 공화국’이 상징하는 초·중·고생 사교육 시장은 정권의 성향이나 정책,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돌아가는 '무풍지대'였다. 특히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사교육비 물가가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19일 중앙일보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초·중·고생 학원비를 포함한 ‘학원 및 보습교육’ 물가가 1년 전보다 3.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5.1% 상승한 뒤 10년 만에 최고치다. 학원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2년 1%대 상승률을 기록하다 올 1분기 들어 급등했다. 국·영·수 같은 일반 학원비뿐 아니라 미술학원(5.7%)·학습지(6.3%)·학교보충수업(10.7%) 항목도 10년 내 가장 많이 올랐다.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맞물려 대면 수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조사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평균을 낸다. 따라서 학원을 보내는 가정에서 지출한 비용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공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6조원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전년 대비 10.8% 늘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5.1%)의 배를 넘는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07년 조사를 시작한 뒤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78.3%)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원이 문을 닫은 2020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12세·10세 남매를 자녀로 둔 외벌이 직장인 이모(40·서울 마포구)씨의 6월 ‘학원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는 가계의 상황이 잘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국어 30만원, 영어 60만원, 수학 90만원에 수영 40만원, 피아노 40만원, 태권도20만원. 총 280만원’이다.

월 500만원 소득의 절반 이상이 학원비로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한 곳도 빼지 않고 학원비가 1~5만원씩 올랐다. 학원비뿐 아니라 교재비·셔틀버스비 같은 부대비용이 오른 경우도 많다. 이씨는 “생활비 중 학원비 지출이 가장 크다”며 “주위보다 특별히 더 시키는 것도 아닌데 늘 허덕인다”고 털어놨다.

서울 송파구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임대료나 강사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강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가 부담을 이유로 장기간 동결한 ‘학원 교습비 조정기준’을 2020~2022년 일제히 인상한 것도 학원 물가를 자극했다. 교습비 기준은 사교육 업체의 폭리를 막기 위해 교육지원청이 정한 1분당 교습단가 상한선이다. 기준이 오르면 학원비 인상 폭도 넓어진다. 학원이 상한선을 초과해 교습비를 받으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의 경우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서초(대치동)·강서양천(목동)·북부(중계동) 교육지원청이 2013년 이후 동결한 교습비 기준을 2020~22년 일제히 인상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경우 기존 입시 단과(분당 125원), 종합(142원) 교습비 기준을 지난해 7월 각각 130원과 148원으로 올려잡았다. 여기에 '초등학교 의대반’ 개설이 이어지는 등 갈수록 거세지는 의대 열풍과 입시 경쟁도 사교육비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9월 “2021년 기준 한국 중·고교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6000달러(약 840만원)이다. 대부분 입시 준비기관인 ‘학원’(hagwons)에 들어간다”며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려면 평균 연 소득의 6년 치를 사교육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세대별 교육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학부모 비율이 2001년 81.5%에서 2020년 94.3%로 12.8%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20~40대 여성 직장인 516명을 설문한 결과에선 출산을 망설이는 원인으로 ‘소득 및 고용 불안’(30.6%)에 이어 ‘사교육비 부담(22.3%)’을 꼽았다.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시절 소득을 자녀 사교육비에 쏟아부은 결과는 고스란히 노후 대비 부실로 이어진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다. ‘에듀푸어(교육 빈곤층)’가 ‘실버푸어(노인 빈곤층)’로 이어지는 구조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 제도가 자주 바뀌고 대학마다 평가 방식이 달라 학부모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계 소득이 사교육으로 빨려드는 현행 제도를 손대지 않은 채 노후 대책을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 학부모는 ‘EBS 수능 연계’를 사교육비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응답자의 25.5%)으로 꼽았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4월 발간한 ‘초·중·고교 사교육비 변화 추이 분석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사교육비 부담이 더 심해졌다”며 “문재인 정부 때 축소한 EBS 수능 연계를 확대하고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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