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말라리아 등에 감염된 모기를 이용해 치명적인 생물학전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고리 키릴로프 러시아 방사능·화학·생물 방호부대 총사령관은 이날 미국의 생물학전 활동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키릴로프 총사령관은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웨스트나일열·뎅기열·지카 바이러스 등 심각한 전염성 병원체를 옮기는 주요 모기에 대한 연구를 100건 이상 발표했다”며 “(미군은) 이런 모기를 용기에 담아 무인기(드론)를 통해 특정 지역으로 가져가서 방출할 수 있도록 하는 높은 수준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말라리아와 같은 위험한 전염병을 퍼뜨려 우리 병사들이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성질환이다. 감염되면 독감처럼 오한·고열 등이 발생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키릴로프 총사령관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있는 카호우카 댐의 붕괴로 야기된 홍수로 인해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면서 “물이 빠지면 웨스트나일열과 같은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홍수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모기로 생물학전을 벌이려고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앞서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비밀 생물무기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9월 생물무기금지협약(BWC) 회의에서 “러시아의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후에도 미국의 생물무기에 대한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하다. 이날은 구체적인 감염원을 내세워 생물학전을 언급했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곤충·쥐 등 특정 생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려 적군의 전투 능력을 상실시키는 작전은 오래전부터 시행됐지만, 이로 인해 아군까지 피해를 볼 수 있어 사실상 실행하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대반격으로 다소 밀리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의 잔인함을 부각하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데일리메일은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때는 러시아가 그와 같은 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실제 모기를 이용한 생물학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