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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몬테네그로에…
징역 4개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의 선고 결과다. 지난 3월, 권 대표는 측근 한 모 씨와 함께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벨기에 위조 여권도 발견됐다. 짧은 머리의 권 대표는 선고에 앞서 "위조여권인 줄 알고도 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출국하려 했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구금 기간을 포함하면 남은 건 1개월 정도. 하지만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6개월간의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한 상태다. 당분간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변수는 권 대표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다. 몬테네그로 특별검찰청은 권 대표가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권 대표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몬테네그로에서 또 재판받아야 한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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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한국이냐
최대 관심은 몬테네그로를 떠난다면 '어디로 송환될까?'이다. 현재로선 한국 아니면 미국이다. 우리처럼 수사에 착수한 싱가포르도 있지만 가능성이 떨어진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 모두 송환이 간절하다.
먼저 한국은 권 대표가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수사에 착수해 적색 수배를 내렸다는 점도 강조한다. 피해자 수가 많다는 것도 내세우는 부분이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은 지난 3월, 권 대표를 이미 재판에 넘긴 상태다. 증권 사기, 금융 사기, 시세 조작 등 혐의만 모두 8개. 우리와 달리 미국은 루나·테라에 대해 '증권성'을 인정한 상태다. 그만큼 범죄 혐의가 우리보다 더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수사는 한국이 앞서고 기소는 미국이 먼저인 상황이다.
결정은 몬테네그로 법원의 몫이다. 권 대표 사건에 대한 선점권과 피의자 국적, 피해자 현황, 광범위한 사법 정의 실현 여부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표면상으로 이렇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왼쪽) / 앨런 스탠퍼드 전 스탠퍼드 인터내셔널그룹 회장(오른쪽)
어디서 더 중한 처벌받나?
미국과 한국 중 어디서 더 중한 처벌을 받을지는 법체계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면 범죄 하나하나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한다. 이를 병과주의라 한다. 여기에 유기 징역의 경우 상한선이 없다.
한 예로 65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에게 150년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70억 달러 규모의 금융사기범 앨런 스탠퍼드 전 스탠퍼드 인터내셔널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110년형이 선고됐다. 100년 이상이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중한 범죄에는 상한선이 없다는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도형 대표가 저질러 놓은 범죄가 한 52조 정도의 사기라면 적어도 100년 이상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미국과 달리 가중주의를 택하고 있다. 여러 죄를 저질렀을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내려질 수 있는 형의 2분의 1까지만 가중해 처벌한다. 미국에서 재판받는다면 최소 수십 년의 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에선 이보다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적어도 사법 체계상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 사법당국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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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도 "권도형을 미국으로"
지난 3월, '루나·테라 코인 공식 피해자' 인터넷 카페에 공개 투표 결과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투표자 122명 가운데 약 70%가 '미국 송환'에 응답했는데 '한국 송환'은 15% 정도에 불과했다. 국내 피해자 입장에선 우리나라로 데려와 처벌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지만 높은 형량이 예상되는 미국에서 심판을 받는 게 낫다는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륙법 체계와 영미법 체계의 차이점을 의미하지만,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 미국에 먼저 가서 재판받더라도 나중에 우리나라로 와서 처벌받는 것도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우리 형법 제7조(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에 따르면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미국에서 100년 받는다면 우리나라에서 형 10년 이상이 나와도 어차피 형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우리 사법 체계와 사법당국의 자존심을 고려하면 '한국행'이지만 더 무겁고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면 '미국행'이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피해자 입장에선 원하는 건 하나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권도형 대표도 결국 미국보단 한국행을 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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