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원숭이 고문·살해 국제 범죄조직
400명 단체방서 고문 방식 투표로 정해
‘미니’ 1살 넘도록 죽지 않고 견디다 구조
미니 소유자 동물 고문죄로 징역 8개월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유튜브, 텔레그램 등에서 원숭이 학대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폭로했다. <비비시>(BBC)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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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원숭이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국제적인 가학 범죄 네트워크의 존재가 드러났다. 코로나 이후 최근까지 미국, 영국 등에 사는 수백명의 고객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아기 긴꼬리원숭이의 고문·살해를 사주하고 영상을 구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20일(현지시각) 1년간의 취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아기 원숭이들을 고문·살해하는 영상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학대 산업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17분 분량의 영상과 별도의 기획 페이지를 통해 원숭이 학대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됐는지 상세히 보도했다.
(※ 동물의 학대, 죽음과 관련한 잔인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숭이 고문·살해 영상’ 조직적 공급·소비
보도에 따르면, 영상이 처음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루시 카페타니치(55·전직 댄서)는 평소 유튜브에서 동물원의 귀여운 원숭이나 침팬지를 영상을 즐겨 찾아보곤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낯선 영상을 접하게 됐는데, 원숭이의 뺨을 때리거나 물을 뿌리고 괴상한 행동을 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영상을 발견하고 문제 의식을 느낀 것은 루시뿐이 아니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속기사 데이브드 굽타, 영국의 동물권활동가 니나 재캘 등이 원숭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하나의 ‘학대물 장르’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인지한 이들은 유튜브 개인 채널 등을 개설해 원숭이 학대의 심각성을 알리려 노력했고, <비비시> 또한 지난해부터 잠입 취재를 시작했다.
일차적으로 학대물의 유통은 유튜브에서 이뤄졌지만 더 잔인하고 끔찍한 영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메시지 앱인 텔레그램 비공개 그룹에 초대됐다. 미국 내 브로커들은 텔레그램 단톡방을 개설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영상을 공급하는 업자를 섭외하고, 참가자들에게 고문 방식 등을 설문해 실제 학대를 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영상은 단톡방 내에서 수십~수백 달러에 판매됐다.
이런 단톡방에 미국,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고 연령대도 20대부터 40~50대까지 광범위했다는 점이 충격을 준다. <비비시>는 실제 단톡방을 운영했던 핵심 유포자 세 명을 만나 이들의 수법과 범죄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고문왕’(Torture King)이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운영자 마이크 매카트니(48)는 400여명이 참가하는 ‘원숭이 케이지’(Ape’s Cage)라는 단톡방을 운영했다. 오토바이갱단으로 활동했던 그는 감옥 출소 뒤 원숭이 학대 그룹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의 단톡방에서 원숭이들은 ‘나무 쥐’라고 불렸고 참가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고문 방식을 투표를 통해 정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외롭고 고통받고 있었다”는 궤변
그러나 매카트니는 점차 죄책감에 시달렸고 루시 카페타니치에게 영상물 산업에 대해 내부 제보를 하게 됐다. 그는 “원숭이 학대물 산업은 근본적으로 마약산업과 비슷하다. 다만 마약을 판 돈은 더러운 손에서 오지만, 이 돈은 피 묻은 손에서 나온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은 손쉬운 돈벌이가 됐고 (단톡방을 운영하며) 다시 두목이 된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영국 비비시 방송이 유튜브, 텔레그램 등에서 원숭이 학대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폭로했다. 텔레그램 단톡방에 참가한 사람들은 원숭이 학대 방식 등을 투표로 정하고 영상물을 구매했다. <비비시>(BBC) 누리집 갈무리
미국 국토안보부는 맥카트니 이외에도 운영자 두 명을 핵심 용의자로 보고 있다. 앨라배마 출신 40대 여성 스테이시 스토리, 그리고 이 산업의 주동자로 알려진 ‘미스터 에이프’(Mr Ape) 등이다. 미스터 에이프는 최소 4마리의 원숭이를 죽이고 고문을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미스터 에이프는 20대 중반의 대학 졸업생이었다. 그는 <비비시>에 “인간처럼 보이는 원숭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 외롭고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 세 명의 주동자는 공통적으로 이 네트워크에서 유명한 아기 원숭이인 ‘미니’를 고문하거나 죽이려는 시도를 지속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아기 원숭이들과 달리 미니가 1살이 넘도록 고문을 견디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미니를 반으로 잘라 죽이거나 믹서기에 넣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미니를 실제로 고문하는 인도네시아의 학대자는 영상에 5000달러(약 650만원)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이들에게 압수한 핸드폰에는 수백 개의 고문 동영상과 거래 비용 등이 증거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경찰이 실제로 원숭이들을 고문한 두 명의 용의자를 체포하며 미니는 생크추어리로 구조됐다. 미니의 소유자는 동물 고문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긴꼬리원숭이가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이 아니란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원숭이 ‘미니’는 1년 넘게 학대에서 살아남아 영상물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다행히 일당이 검거된 뒤 생크추어리로 구조됐다. <비비시>(BBC)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는 국내의 길고양이 학대 사례와도 유사하다. 지난 2020년 말부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단톡방에서는 학대자들이 길고양이를 학대, 살해한 뒤 영상을 공유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광범위한 이들의 동물학대 범죄 탓에 ‘동물판 N번방’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포항에서는 길고양이를 3년간 잇달아 죽인 범인이 검거돼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동물학대 강력범죄로 인식해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내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범죄를 강력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2020년 카라가 주최한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 토론회’에서 “연쇄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 범죄자들은 공통적으로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했다. 동물학대 범죄는 반사회적 범죄로, 사건 발생 시 초동대처, 과학 수사 등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원숭이 학대 사건을 수사한 미국 국토안보부 폴 울퍼트 특수요원도 “원숭이 학대물은 마치 아동성착취물을 연상하게 한다. 조직적 유포와 비공개 그룹, 소비 방식 등이 유사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동물 고문 영상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유포하는 것은 불법으로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