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파주NFC에 소집된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뉴스1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서울FC)가 25일 온라인에서 벌어진 자신의 사생활 유출과 관련해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황의조가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라는 취지였다. 반면 사생활 유포자는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황의조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영상에 대해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황의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황의조 허락없는 영상 유포, 성폭력처벌법 적용 가능
게시물 작성자 A씨는 “황의조 휴대전화에는 수십명의 여자들을 가스라이팅 해 수집한 영상과 사진이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몇 개의 사진 및 영상을 올린다”고 했다. A씨가 올린 영상에는 옷을 입지 않은 황의조 추정 인물이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능력 좋다” “부럽다”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성적인 콘텐츠를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와 같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조선닷컴에 “촬영 당시에는 동의했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영상을 유포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해당해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고,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 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황의조 측의 대응으로 볼 때 그가 촬영물 유포에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초 게시물 작성자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영상 속 여성이 유포자 본인 아니라면? “처벌 가중”
25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 사생활 비방 글. /인스타그램
일각에서는 유포된 영상 속 여성이 A씨가 아니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사진 및 영상에 관해 “상대 여성들은 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A씨가 황의조와 다른 여성의 영상을 유포한 거라면 피해자는 2명이 된다”며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에게는 형법상 비밀침해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형법 제316조는 “비밀장치를 한 사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알아낸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A씨는 “황의조님 휴대폰 카톡 다 털렸다”고 했다. ‘털린다’는 표현은 주로 휴대전화 소유자 모르게 정보가 빠져나갔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A씨가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황의조의 휴대전화를 어떠한 기술적 수단을 사용해 몰래 본 것이라면 해당 혐의가 적용된다.
두 가지 이상의 혐의가 함께 적용된다면 가장 중한 형량의 50%를 추가해 처벌할 수 있다. 즉,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선고할 수 있는 최대 징역 7년에 50%를 가중해 징역 10년6개월 이하의 형에 처할 수 있다.
황의조가 몰카 찍었다면 처벌 대상… 黃측 “사생활 불법 취득, 법적 대응”
A씨는 “황의조의 휴대전화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이것은 범죄 아니냐”고 했다. A씨의 주장대로 황의조가 여성들 몰래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면 황의조 역시 성폭력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성폭력 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5일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소속사인 UJ스포츠가 올린 입장문. /인스타그램
황의조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황의조 매니지먼트사 UJ스포츠는 “황의조 사생활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의 루머,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다”며 “직후부터 루머를 생성‧확산한 유포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로드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 이로 인해 선수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