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AA)에 대한 위헌 결정 여파가 동문 자녀 입학 우대정책(레거시 입학) 폐기 요구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3곳의 민권단체는 3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레거시 입학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연방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기자회견을 통해 레거시 입학 제도에 대해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시위대가 미국 연방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위헌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단체는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에서 하버드대 기부자나 동문과 관련된 지원자의 거의 70%가 백인이라면서 “하버드대 기부와 관련된 지원자는 기부와 관련이 없는 지원자보다 입학할 가능성이 7배, 동문 관련 지원자는 6배 정도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의 경우 약 28%가 부모나 다른 친척이 하버드 대학에 다닌 동문 자녀”라며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및 기부자 선호로 백인들이 압도적 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격 있는 유색 인종 지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혓다.
단체는 또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특혜가 지원자의 장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신 지원자가 태어난 가문만을 기준으로 부여되는 불공정하고 불로소득적인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습, 관행은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것이다. 이는 유색 인종 지원자에게 심각한 불이익과 피해를 준다”고도 덧붙였다.
단체는 교육부에 민권법 등에 따른 연방 정부 차원의 조사를 요청했다. 또 해당 입학 정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중단 명령을 내리되, 거부할 경우 연방 기금 지원에서 배제할 것도 요구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교육부의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교육부 인권 담당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레거시 입학은 입학 시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 등을 우대하는 정책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정책은 유대인, 소수인종, 이민자 자녀 등의 입학률을 줄이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1920년대 대학들이 도입했으나 최근에는 그 비율이 점차 줄고 있다.
WSJ은 2020년 250개의 상위대학 중 56%가 레거시 문제를 입학 절차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4년 63%에서 줄어든 수치다.
대법원의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 위헌 판결에서도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과 진보 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레거시 입학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팀 스콧 상원의원도 지난달 29일 “하버드가 더 나은 대학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기존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모든 기존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