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가조합 이어 배우·방송인 노조도 파업 결의
배우조합, 임금 등 개선·잔여금 공평 지급 요구
맷 데이먼 "배우들에 공정한 협상될 때까지 버텨야"
맷 데이먼(왼쪽) 등 영화 ‘오펜하이머’ 출연 배우들이 13일(현지시간) 런던 시사회에 참석해 사진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화 ‘오펜하이머’에 출연한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실리안 머피 등 배우들이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사진 촬영 후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미 작가조합(WGA)에 이어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하 배우조합)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업을 결의하면서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가 동반 파업을 벌인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LA타임즈 등에 따르면 배우조합의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자정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미국의 배우와 방송인 16만여 명이 소속된 단체다. 단역·스턴트 배우들부터 유명한 정상급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배우가 이 단체 소속이다.
앞서 배우조합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은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단체다.
배우조합은 고용계약 협상에서 △임금, 근무조건, 건강 및 연금 혜택을 개선할 것 △잔여금(영화·TV 콘텐츠를 DVD, 스트리밍 등으로 재판매할 때 배분되는 수익)을 공평하게 지급할 것 △인공지능(AI)의 배우 초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방지조항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끝내 두 입장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
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오는 21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배우들은 13일 런던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레드카펫 행사만 참석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파업 기간에는 영화·TV 시리즈 제작이 중단되는 것은 이미 제작을 마친 작품의 인터뷰 및 홍보 활동, 시상식 참여 등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상황을 두고 “(출연진이) 피켓에 사인을 하러 갔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은 파업에 대해 “아무도 업무 중단을 원하지 않고, 배우들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지도부가 협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일하는 배우들에게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우드 배우 조합 파업 선언. 로이터·연합뉴스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동시 파업은 과거 TV에 판매된 영화 재상영분배금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일이다. 당시 배우조합 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영화·방송작가 1만1000여명이 소속된 작가조합은 지난 5월 2일부터 두 달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서 할리우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영향을 받을 작품으로는 올해 가을까지 촬영이 예정돼 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글래디에이터 2'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2', TV 대작 시리즈 '하우스 오브 드래곤', '안도르' 등이 꼽힌다.
CNN에 따르면 밀컨 연구소는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이번 동반 파업이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40억 달러(약 5조 원)가 넘는 경제적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