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QS450 4matic, 12v 배터리 불량 추정
시동불량 등으로 견인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초고가 모델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치명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16일 나왔다.
피해 차주는 “2억원 가까운 차에서 말도 안 되는 결함이 나왔다”며 “차는 이용 못하는데 매달 렌트비로 수백만원씩 지출되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제보자 A씨는 지난해 10월 차량가 1억 9000만원에 달하는 벤츠 EQS450 4matic(전기차)을 국내 한 딜러사로부터 장기렌트 받았다.
하지만 불과 2달도 되지 않아 각종 전자장치 오류를 시작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치명적 오류가 지금도 계속돼 몸도 마음도 고생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가 제공한 수리 내역서를 보면 △스티어링 휠 쏠림 현상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고장 △차량 소프트웨어 오류 △내비게이션 고장 △크루즈컨트롤사용불가 △각종 센서 미작동 △메인 배터리 방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그는 긴급출동을 시작으로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하기 반복했고 빠르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차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마다 벤츠 측은 “차량 배터리에 이상 없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했으니 문제없다”면서 그를 돌려보냈다.
이 정도만 해도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시동과 관련된 12v 배터리 불량이다.
전기차인 EQS450 모델은 장착된 12v 배터리가 부족할 시 메인 배터리에서 자동으로 충전이 되도록 설정이 돼 있다.
A씨 차량의 경우 이 12v 배터리에 서비스센터에서조차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해 방전과 시동 불량 상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3번이나 차를 입고했고 취재가 시작된 지난주 월요일에도 같은 문제로 차를 입고해 수리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센터 측은 ‘배터리 불량’을 의심하며 소프트웨어 업그래이드(재설치)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같은 문제가 계속해 발생한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한국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차를 구입한 후 동일한 고장이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2019년 1월부터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 다시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는 장치의 범위엔 법에서 정한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제동장치 외에 주행·조종·완충·연료공급 장치, 주행 관련 전기·전자 장치, 차대 등이 포함돼 있다.
A씨의 경우 동일증상으로 3회 수리했고 다시 하자가 발생해 레몬법에 해당한다.
특히 법에서 정한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의 문제와 주행 관련 전자 장치의 고장으로 차를 여러 번 입고했다.
하지만 벤츠 측은 “교환이나 환불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처음 차가 고장 났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냥 넘어갔다”며 “하지만 문제는 대수롭지 않았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알려진 벤츠의 수준낮은 품질에 허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억원에 달하는 차를 렌트하고 정작 차는 이용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매달 렌트비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이 나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벤츠 측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 된다’는 말 뿐”이라며 “이게 최고급차 벤츠의 고객 서비스인가. 차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해당 벤츠 딜러사 측은 렌트비 반환이나 차량 교체 없이 ‘액세서리를 주겠다’고 A씨를 달랬다.
A씨는 “내가 원하는 건 액세서리가 아니다”라며 차량 교환을 원하고 있다.
차의 기본은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것이다. 안전이나 편의장치는 그 다음 얘기다.
최고급차 S클레스의 전기차 버전으로 불리며 2억 원대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차량에서 기본조차 안 돼 고생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건 분명 잘못된 문제로 보인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