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신 등 알짜배기 기업 집중…"수법 갈수록 은밀"
중국 국유기업들이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을 채용, 자리를 대물림하는 이른바 '근친 번식'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충칭 취업 박람회
[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18일 중국경제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둥 등 여러 지역의 연초(담배)전매국은 최근 올해 대학 졸업생 채용 공고를 내면서 '친족 채용 회피' 규정을 발표했다.
채용에 나서는 조직의 간부와 그 배우자의 직계 혈족이나 3대 이내 방계 혈족, 가까운 인척은 응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국유기업들이 관행처럼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들을 채용, 자리를 대물림하는 '근친 번식'을 막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이런 채용 규제는 새로운 조처가 아니며 오히려 국유기업들의 자리 대물림이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꼬집었다.
2019년 발표된 중국의 '사업단위 인사관리 회피 규정'은 친족이 직접적인 상하 관계를 맺는 채용을 금지했다.
또 국가 연초전매국 산하 중국연초(담배)총공사를 비롯한 국유기업들의 채용 규정과 국가공무원 시험 규정도 정부 기관·국유기업 간부들의 가족이나 친인척 채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는 2020년 중앙·지방 순시(현장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지에서 '근친 번식' 관행이 여전하다"며 "금융·통신·전력·담배 등 안정적이고 처우가 좋은 국유기업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기율위 순시조는 2015년 중국석유를 비롯한 에너지기업과 보험회사 등 9개 국유기업에서 대물림 채용 사례를 적발했고, 2016년 공상은행 감찰에서 본점 간부 691명 중 220명의 배우자와 자녀 240명이 같은 계통에서 근무하는 것을 확인했다.
현지 매체들은 규제 강화에도 청년층의 취업난 심화 속에 국유기업들의 대물림 채용이 더욱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용 자격을 해외 유학 석사로 한정하거나 응시 연령 또는 전공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농구,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종목의 국가2급 이상 선수 자격증 소지자' 등으로 직무와 관계없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방식이다.
형식은 공개 채용이지만, 이런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채용 공고를 낸 뒤 애초 내정했던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국유기업 간부와 친인척 관계인 것을 감추기 위한 이력서 위조, 특채와 같은 우회적인 채용 등은 규제를 빠져나가는 흔해 빠진 수단이 됐으며, 여전히 국유기업들의 공정한 채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현지 매체 금융계는 지적했다.
게다가 서로 다른 국유기업 소속 간부들이 상대방의 자녀나 친인척을 맞채용해 '품앗이'하는 수법도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청년 실업률이 연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도 이렇다 할 취업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며 "고위직이나 '철밥통'들의 자녀와 친인척은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중국의 6월 16∼24세 청년실업률은 21.3%로, 종전 역대 최고였던 5월 실업률 20.8%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올여름 역대 최다 규모인 1천158만명의 신규 대졸자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취업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당국의 획기적인 취업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