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 앞에서 한 남성이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로이터=뉴스1
북반구를 집어삼킬 듯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엔 지구 온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예측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기후학자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인 개빈 슈미트는 이날 워싱턴 나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2024년 더 극심한 폭염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근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동안 장기 평균 대비 섭씨 0.5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다. 보통 2~7년마다 발생하는데 한번 발생하면 9~12개월가량 지속된다. 이는 지구 온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엘리뇨가 최근 나타났던 2016년은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돼 있다. 올해는 1.5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가 예상된다.
슈미트 소장은 "엘니뇨 현상이 시작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올여름 경험하고 있는 극심한 더위에는 엘니뇨가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태"라며 "우리가 보고 있는 폭염은 엘니뇨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지구의 거의 모든 곳, 특히 바다의 온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있다. 이 현상은 우리가 온실가스를 대기에 계속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때까지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 세계는 역대 가장 더운 6월을 보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6월의 세계 평균 기온은 16.5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1991∼2020년) 6월 평균치와 비교해 0.53도 높다. 직전 최고 기록인 2019년과 비교해 봐도 올해 6월의 고온 현상은 두드러진다. 당시 기온은 1991∼2020년 6월 평균치 대비 0.37도 높았다.
고온 현상은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걸프 국제공항에서는 체감온도가 66.7도까지 치솟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지난 16일 낮 최고기온이 53.3도에 달했다. C3S의 카를로 부온템포 국장은 "이번 달 들어 15일까지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며 "역대 가장 더운 7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소장은 "2024년은 올해 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엘리뇨 현상은 올해 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그 강도가 내년 통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를로스 델 카스티요 나사 해양생태연구소장은 "바다 관련 문제는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허리케인은 더 강해지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