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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등 3만명 대피…바람 방향 바뀌며 관광지역으로 불 확산


"그리스 역대 최장 폭염 전망"…당국, 출국 원하는 외국인 지원
 

그리스 로도스섬 산불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섬에서 산불이 번져 주민과 관광객 등 3만명이 대피했다고 AFP 통신과 CNN 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도스호텔협회는 이날 관광객 1만명가량이 버스나 도보, 배를 통해 로도스섬 북부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대피 명령을 받은 호텔에 머물던 관광객은 로도스섬 전체 관광객의 10% 수준이다.

대피 작업에는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구조 보트 4대와 민간 선박 수십 대가 투입돼 2천여명을 실어 날랐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대피한 관광객과 주민들은 밤새 체육관이나 학교, 여객선 등에 머무를 예정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8명이 호흡기 문제로 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연기를 뒤로하고 대피하는 남성


특히 산불로 일부 도로의 접근이 차단되면서 대피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방송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화마와 연기, 그리고 폭염 속에 캐리어를 끌며 줄지어 대피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마을의회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관광객들을 돕고 있다며 "이 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헬기 5대와 소방대원 200여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했지만, 산불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현지 당국은 이날 오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불이 커졌고, 수㎞ 밖의 관광 지구로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중부 라에르마와 동부 라르도스 등에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주택과 성당, 호텔 등이 불에 탔다. 린도스 고대 유적지도 산불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로도스섬 산불은 지난 18일 시작돼 섬 중부와 남부 일대를 휩쓸며 최근 그리스를 덮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스 시민보호청은 아테네가 위치한 아티카 지역을 비롯한 13개 지역에 산불 적색경보를 내렸다.
 

SNS에 퍼진 산불 대피 영상


폭염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역대 최장 폭염 일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 라구바르도스 콘스탄디노스 연구책임자는 "15~16일간의 폭염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 역대 최장 폭염은 1987년 12일간 이어진 폭염이었다. 2007년 6월 기록한 아테네의 역대 최고 기온(섭씨 44.8도) 역시 경신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영국 BBC 방송은 기상학자들이 이번 주말 그리스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50년 이래 가장 더운 7월 주말이 도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당국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추가 산불이 발생할 위험 또한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당부하는 한편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한 관광지 운영 시간도 조정했다.

그리스 외교부는 출국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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