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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매뉴얼대로 한 것”
물리력 사용, 범행 경중 아닌 저항 강도로 판단
경찰 포위 당시엔 저항 모습 안보여
전문가 “경어 대신 반말 썼다가 자극할 수도”

 

경찰 출동 당시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 중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일면식도 없던 행인 4명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조모(33)씨의 경찰 출동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범행 이후 길거리를 걷던 조씨는 출동한 경찰과 마주했다. 자포자기한 듯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은 조씨를 향해 경찰은 “칼 버리세요”라고 재차 말했고, 조씨는 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영상을 본 이들은 경찰의 존댓말 대응을 문제 삼았다. 네티즌들은 “취객 데리러 온 거냐. 무슨 존댓말이냐” “칼 버려 달라고 부탁하나” “어쩌다 살인범에게도 극진한 대우를 해주는 사회가 되어버렸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칼 버려!’ 한번 이야기하고 안 들으면 테이저건 쏴야 하는 거 아니냐” “피 묻은 손으로 칼 들고 있는데 바로 하지에 테이저건 쏴서 제압하고 검거했어야 한다”며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그러나 현직 경찰들은 ‘어쩔 수 없다’며 출동한 경찰관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현장에서 대응하게 돼 있다.

규칙은 상대방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상대방 행위의 위해성 수준에 따라 경찰의 대응을 규정했다. 당시 조씨는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경찰의 통제를 따르는 ‘순응’ 범주에 있었다. 이 경우 경찰은 언어적 통제와 수갑 사용만 가능하다. 조씨에게 경찰봉 또는 테이저건을 사용했다면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을 가능성이 컸다.

흉기를 든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썼더라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과잉진압’으로 판단돼 징계 권고를 받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지난해 7월 흉기를 들고 주택가를 배회한 베트남 국적 남성에게 경찰은 흉기를 버리라고 5차례 고지했으나 불응하자 테이저건과 장봉 등 장비를 사용해 제압했다. 시민단체는 장봉에 손을 맞아 칼을 떨어트렸는데도 테이저건을 쏜 건 과잉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2021년에는 홍익대 앞 거리에서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던 나이지리아인 남성이 싸움을 말리려던 경찰을 밀치고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남성의 한국인 아내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고지했는데, 이 모습을 본 남성은 “아내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며 경찰에게 다가갔다. 결국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 남성을 체포했다. 이후 아내는 국민신문고에 ‘경찰이 남편을 과잉진압했다’며 민원을 넣었다.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다수의 서울 주요 경찰서에서 형사과장을 지냈던 안선모 방배서 형사과장은 24일 조선닷컴에 “영상을 보면 조씨는 범행 현장을 이탈해 계단에 앉아있는 상황으로, 추가 위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자해나 추가 공격 행위가 있었다면 출동한 경찰들이 더 적극적인 대처를 했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용의자에게 반말 사용했다고 민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일선 경찰관들은 조금이라도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존댓말 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을 수 있다”고 했다. 치매 노인을 찾아주는 등 경찰의 ‘치안서비스’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강력한 공권력 집행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현장에서 워낙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기에 ‘반말 사용’을 경찰의 대응 매뉴얼로 만들기는 힘들다고 했다. 경찰 출신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정서 특성상 무조건 명령조의 반말 사용을 하라고 경찰 매뉴얼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했다. 젊은 경찰관이 나이 든 용의자에게 반말로 명령했다가 오히려 용의자를 더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명백한 불법 집회여도 경찰이 ‘해산하라’고 반말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해서 상대에게 원하는 반응을 끌어낸다면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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