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지사, 미 정부 '부표 설치 중단' 경고 묵살…바이든 정부와 갈등
날카로운 철조망 등 비인도적 국경 경비 논란
텍사스 국경 리오그란데강에 설치된 수중 장벽
미국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남부 국경 리오그란데강에서 밀입국자를 차단하는 수중 장벽 설치 작업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애벗 주지사가 이를 묵살하면서 결국 이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다.
미 법무부는 24일(현지시간) 텍사스주의 하천 및 항만법 위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텍사스주가 연방정부 승인 없이 리오그란데강에 부표를 연결해 부유식 장벽을 건설한 것은 위법이므로 주 정부가 설치한 장벽을 철거하도록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바니타 굽타 법무부 부차관은 "연방 승인을 받지 않고 강에 장벽을 설치한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며 "이 부유식 장벽은 항해와 공공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인도주의적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미국의 외교 정책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텍사스주에 리오그란데강의 부유식 장벽을 철거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벽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오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주 목요일(20일) 법무부가 서한을 보내 리오그란데강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두고 텍사스주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우리는 법정에서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연방법을 충실히 집행해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텍사스 국경의 리오그란데강 넘어오는 이민자들
백악관도 이날 텍사스주의 수중 장벽 설치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애벗 주지사의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은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국경 보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주지사의 행동은 잔인하고, 이민자와 국경 요원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텍사스주는 리오그란데강을 통한 밀입국을 막을 목적으로 지난 8일부터 국경도시 이글패스 강둑에 1천피트(304.8m) 길이로 부표를 연결해 수중 장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지역 신문과 CN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리오그란데강 경비대의 한 군의관은 상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 부표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철조망이 달려 있으며, 이 철조망을 넘어오려는 밀입국자들을 강물에 다시 밀어 넣으라는 비인도적인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군의관은 밀입국자들이 날카로운 철조망에 긁혀 심한 상처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텍사스에서 카누·카약 대여와 강습을 하는 한 업체는 이 부표가 영업을 방해한다며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텍사스주는 2021년 3월부터 '론스타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명의 주 방위군 병사와 공공안전부(DPS) 소속 경비대를 국경에 배치해 밀입국자를 단속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에 더해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 후 늘어나는 밀입국에 대처하겠다며 경비대 규모를 늘리고 리오그란데강 일대에 부표와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국경 경비 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는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공화당이 독식해 왔으며, 애벗 주지사는 지난해 3선에 성공해 2015년부터 9년째 주지사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