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보요원·군인들 폭로... UFO 논쟁 재점화
정부 "미확인 비행 현상 있지만 답변할 게 없다"
의회 "더 많이 알아야 안전... 정보 공개 더 필요"
데이비드 그러시 전 미국 공군 국가정찰국장이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소위원회의 미확인비행현상(UAP) 관련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외계인과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실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한번 공적 영역에서 불붙을 조짐이다. 미국 하원의 ‘미확인비행현상(UAP)’ 청문회에서 선뜻 믿기 어려운, 하지만 음모론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는 폭로가 쏟아진 탓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 정황을 수십 년간 은폐해 왔다는 전직 정보 요원의 증언까지 나왔다.
"정부, UFO·외계인 숨겨 왔다" 퇴역 군인의 폭로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직 미 공군 소령 데이비드 그러시는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의 소위원회인 ‘정부 감시·개혁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가 UAP와 관련한 기기, 이를 조종하는 인간 아닌 존재의 유해를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정부는 1930년대부터 이들(외계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AP는 상공에서 목격됐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뜻하며, 오늘날 ‘외계 우주선’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UFO 대신 공식 용어로 쓰인다.
미 공군 국가정찰국장 출신인 그러시는 앞서 국방부 태스크포스 근무 시절 접한 UAP 관련 기밀을 폭로해 이번 청문회가 소집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달 ‘뉴스네이션’ 등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정부가 축구장 크기의 초대형 외계 우주선과 종 모양의 우주선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그러시는 “국방부에서 일할 때 수십 년 동안 추락한 외계 비행체를 회수하고 분해해 (비행) 원리를 파악하던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상부에 보고하자 내부고발자로 찍혀 보복을 당했다”고 말했다. ‘외계기술을 은폐하려는 정부에 의해 다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만 답했다.
전직 해군 전투기 조종사 2명도 증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몇 년간 매일 대서양 연안에서 UAP를 목격했으며, 그 물체들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속도를 내며 비행했다는 게 두 사람의 증언이다.
26일 미국 워싱턴 하원에서 열린 미확인비행현상(UAP)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한 청중의 재킷에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표현한 핀이 달려 있다. 외계인 소재 미국 TV드라마 시리즈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그린 것으로, "나는 여전히 믿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UFO 존재, 국가 안보에 위협될 수도"
정부 당국자는 다만 직접적 답변을 피하거나 부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청문회에서 “해군과 공군의 비행기 조종사들이 보고한 미확인 비행 현상들이 있지만, 그게 뭔지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그러시 주장에 대해 “어떠한 검증 가능한 정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의원들은 ‘UFO의 존재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관련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UFO가 무엇이든 우리 군과 민간 항공기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더 많은 보고가 필요하다”며 “더 많이 알수록 우리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글렌 그로스만 하원 국가안보 분과위원장도 “더 명확한 답을 듣길 바란다”며 “관련 법안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UAP 문제를 특히 더 주시해 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엔 국방수권법에 의해 UAP 전담 연구기관 ‘모든 영역의 이상현상 조사국(AARO)’도 설립됐다. UFO 목격담이 늘자, 이를 사실상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분석에 들어간 셈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UAP 연례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군사시설 부근에서 관찰된 UAP 366건을 조사했으나, 171건이 무엇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일부는 비정상적인 비행 특성을 보이기도 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