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 노숙자 청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외곽 빈땅에 버려진 캠핑카를 집 삼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숙자의 절반 가량이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최악의 범죄도시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요즘 핫이슈는 주 당국의 대대적인 ‘틴하우스(tin house·양철집)’ 철거사업이다. 틴하우스는 집 잃은 사람들이 고철·폐목재·폐차 등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미국판 ‘판잣집’이다. 이 도시 도심과 부도심의 공공부지나 빈 땅은 어김없이 틴하우스 단지가 차지하고 있다.
조선·철강·기계·전자공업이 융성했던 오클랜드는 1990년대 이후 제조업 쇠퇴로 몰락했다. 실직한 시민들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상당수는 노숙자로 길거리를 전전하게 됐다. 꽤 큰 식당 요리사였던 존 재노스코씨도 10여년 전 실직한 뒤 오클랜드 고속도로 아래에 양철집을 짓고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개빈 뉴섬 주지사가 전격 실시한 ‘노숙자 재거주 프로그램’에 따라 양철집은 철거됐고, 그는 재거주 단지로 강제 이주해야 했다. 새 거처에는 침대 하나, 접이식 의자, 책상, 미니 냉장고가 전부인 작은 직사각형 나무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가 오클랜드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대대적인 노숙 시설 철거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주 당국이 행동에 나선 것은 ‘캘리포니아=노숙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버리겠다는 의지에서다. 노숙자에게 연중 온화한 날씨만큼 큰 축복은 없다. 거기다 사회적 약자에게 온정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라 미국 전역의 노숙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는 지난 한 해 동안 노숙자가 전년 대비 9% 포인트 증가했다. 구시가지는 아예 이들의 차지가 됐다. 중산층은 주변 외곽도시로 빠져나가 도심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한때 가장 안전한 미국 도시로 꼽힌 샌프란시스코의 도심도 텐트와 쓰레기 더미, 펜타닐과 코카인에 취한 노숙자 무리로 도배됐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가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처럼 변한 것이다. 전형적인 중산층 도시로 꼽히는 샌디에이고마저 노숙자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도시 외관이 바뀌었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숙자의 절반 가량이 캘리포니아주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일정한 주거공간 없이 거리를 떠돌거나 자동차,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주 당국 관계자는 NYT에 “노숙자들이 많아질수록 주민의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진다”면서 “그동안의 관대한 정책으로는 도시 황폐화를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19년 취임해 노숙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폈던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강경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전역에서 노숙자 집성촌을 전면 불법화했고,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LA에선 전원 재거주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NYT는 “지금까지 LA에서만 1만4000여명의 노숙자가 강제 퇴거했다”면서 “한때 노숙자에게 ‘천국’으로 각광받던 캘리포니아는 이제 ‘노숙자의 지옥’이 됐다”고 전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