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협정 파기 후 집중 공세
이즈마일항 저장시설도 일부 파괴
러 공격 계속 땐 곡물가 더 오를 듯
푸틴 “약속 이행 땐 즉시 협정 복귀”
우크라이나군의 연이은 드론 공격에 모스크바 도심을 타격당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루트를 역시 드론으로 공격하며 맞불을 놨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흑해의 오데사항과 다뉴브강 이즈마일항 곡물 저장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포격을 받아 파괴된 건물의 돌 무더기가 보인다. AFP=뉴스1 |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격으로 이즈마일 곡물 저장 시설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즈마일은 다뉴브강을 경계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와 나토 사이 충돌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긴장 고조가 흑해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범죄로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식량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나토 동맹국 영토에 가장 근접한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연이은 모스크바 심장부에 대한 드론 피격에 확산한 자국민 공포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경제 동력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개전 뒤 튀르키예 등의 중재로 곡물 수출 길을 일부 열어 놓는 차원에서 체결한 흑해곡물협정을 지난달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우크라이나의 농업 및 항만 시설을 집중 공격 중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아 이 나라 경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다.
로이터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요원해진 우크라이나가 이즈마일항과 레니항을 대체 수출로로 이용 중이지만, 대체 경로 또한 러시아군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은 처음으로 레니항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면 세계 곡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레니항 공격 이후 세계 밀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관련 사항이 지켜지는 즉시 협정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처럼 자국의 농산물·비료 수출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 온 러시아는 지난달 협정 파기를 공식화하며 “러시아는 협정 연장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복귀할 것”이라는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날 통화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화의 다리'로서 흑해곡물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협정을 복원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