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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 대사관 테러 피해자 25주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98년 8월7일 구조대원들이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에서 구출된 한 여성을 대사관 옆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들어 올리고 있다. 칼릴 세노시 기자가 보도한 사진으로, 1999년 퓰리처상 특종사진 부문에서 수상했다. /AP=뉴시스1998년 8월7일 금요일,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발생했다. 이 참사로 224명이 사망했고 4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FBI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수사가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의 배후로 지목된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제재를 시작했다. 다만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후에도 알카에다는 테러를 멈추지 않았고 끝내 2001년 9.11 테러까지 일으켰다.


한날한시 케냐·탄자니아서 울려 퍼진 '펑' 소리…사상자 4700여명

 

1998년 8월7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피해의 조감도. /사진=FBI

 

케냐 나이로비 중심부에 위치한 미 대사관의 맞은편에는 7층 높이의 사무실 빌딩이 있었다. 그 옆에는 21층 높이의 은행 건물이 있었다.

당일 오전 9시55분쯤 케냐 주재 프루던스 부시넬 대사는 대사관 앞 은행 건물 꼭대기 층에서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회의 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취재진이 돌아간 지 몇 분이 지난 후 '펑' 소리가 들렸다. 건물이 철거될 때 나는 소리였다고 그는 기억했다. 몇 발자국 더 내딛자 엄청난 소음에 의식을 반쯤 잃었다.

10시10분, 남성 두 명이 탄 트럭 한 대가 대사관에 진입했다. 조수석에서 내린 남성은 경비원에게 문을 열라고 했다. 경비원은 열쇠가 없으니 책임자를 부르겠다고 했다. 운전자는 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조수석 남성은 섬광탄을 꺼내 마구잡이로 던졌다. '펑'하는 소음이 발생했다.

이후 10시39분, 운전자가 트럭을 몰고 담벼락에 돌진했다. 약 900㎏의 폭발물을 실은 트럭이 사무실 건물과 은행 건물 사이에 있는 주차장에서 끝내 폭발했다.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던 건물 세 채의 벽돌과 콘크리트가 위로 튕겨 나갔다. 대사관은 일부만 무너졌지만 사무실 건물은 폭발의 충격으로 주저앉았다. 주변 차량도 폭발했다. 불이 사그라들자 생존자는 파편을 손으로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이 테러로 218명이 즉사했다. 400명은 중증 장애, 164명은 급성 뼈와 근육 손상, 38명의 성인과 어린이는 실명, 15명은 청각 장애, 75명은 심각한 시력 장애, 49명은 청각 장애에 이르렀다. 수백 명의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었으며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였다.

앞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빠져나가던 기자들은 현장에서 이 같은 참상을 목격하고 보도했다. 당시 AP 사진기자단은 '대사관 폭탄 테러를 다룬 보도사진'으로 199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같은 시간, 탄자니아 다르에르살람 주재 미 대사관에서도 폭탄 테러가 일어나 건물의 60%가 붕괴했다. 미국이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이 자명해지자, 아프리카 지역 모든 대사관 출입이 엄격해졌다.


'켄봄'·'탄봄' 배후에 빈 라덴 있었다

1998년 8월7일 케냐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의 파손된 차량들. /사진=FBI

 

당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이 파병된 지 8주년 되는 날이었다. 배후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이자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으로 지목됐다.

미 FBI는 900명이 넘는 요원들을 출동시켰다. 폭탄 테러 현장의 증거물 복구와 피해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테러 범행이 알카에다 소행으로 밝혀지자 FBI는 이 범행과 관련해 20명 이상을 두 곳의 미국 대사관을 폭파하고 해외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다른 테러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붙잡아 기소했다. 이후 9.11 테러까지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해 몇몇은 사살됐다. 일부는 미국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아직 재판받는 이들도 있다.

또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을 여전히 수배 중이다.

FBI가 '켄봄'(KENBOM·케냐 주재 대사관 폭발)과 '탄봄'(TANBOM·탄자니아 주재 대사관 폭발)이라고 부르는 이 수사는 당시 FBI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이 사건 이후 FBI 대테러 인력과 노력이 강화됐다.


"관심 없던 정부, 지금도 배신감 느껴"…주케냐 대사 입 열었다

 

미국 대사관과 상무부 직원이 테러 현장에서 머리에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프루덴스 부시넬 대사를 보호해 대피하고 있다. /사진=국립 미국 외교박물관(NMAD)

 

그러나 알카에다의 테러는 한두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1993년 2월에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아래 폭발물을 담은 트럭을 설치했다. 이후 1998년 미국 대사관 두 곳을 폭파했으며 2000년에는 예멘에서 정박 중이던 미국 해군 선박 옆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이는 2001년 2만500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9.11 테러로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미리 조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시 테러 이후 테러 피해자 지원금 명목으로 미 의회로부터 4200만달러(약 550억원) 지급 승인을 얻어낸 주케냐 부시넬 전 대사는 최근까지도 미국 정부의 당시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2018년 회고록 '테러리즘, 배신, 그리고 회복력: 1998년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내고 "지금도 배신감을 느낀다"며 "(정부가)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이 없었다. 전략, 정보, 전술에서 실수한 게 아니라 우리를 저평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 테러가 발생하자 앞서 발생했던 폭탄 테러의 생존자들은 자신을 '무능력'하다거나 '기능이 없다'고 표현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매년 8월7일 오전 10시30분에는 이들 폭탄 테러 생존자와 유가족이 케냐 나이로비 옛 미국 대사관 부지에 조성한 추모비 앞에 모인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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