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역사의 미국 트럭 운송업체 옐로(Yellow)가 불어난 빚과 노사갈등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미국-멕시코 국경에 있는 옐로의 터미널에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WSJ에 따르면 미 테네시주(州)에 본사를 둔 트럭 운송업체 옐로(Yellow)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시기 이 회사에 구제금융 7억30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지원해준 정부는 빚을 못 받을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파산법상 챕터11은 국내의 회생절차에 해당한다.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과포화 수준이 된 시장 상황상 옐로의 회생이 어렵다고 본다. WSJ는 “1980년대 이후 트럭 운송업체의 회생 신청은 항상 청산절차로 끝났다”고 전했다.
옐로는 미국 전역에 화물 트럭 약 1만2000대와 화물터미널 수십곳을 소유한 대형 물류 회사다. 전체 트럭 물류 시장에서 5위 규모이며, 소형 트럭 물류로 한정하면 3위에 해당한다. 월마트나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다양한 중소 사업자를 상대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옐로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 것은 내년까지 돌아오는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에 갚아야 하는 것이 7억달러, 기타 10만명에 이르는 채권자에게 갚아야 하는 돈이 5억달러 이상이다.
옐로의 경영진은 파산의 원인을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노조’로 돌렸다. 미국 최대 노조로 꼽히는 물류 산별노조 팀스터(Teamsters)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의 구조조정을 방해했다는 것.
옐로의 노동자 3만명 중 2만2000명이 팀스터에 소속돼 있다. 대런 호킨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회사는 경영할 권리가 있지만 팀스터의 지도부는 그들과 함께 일하려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업 계획을 중단시켜 회사를 폐업으로 몰아넣었다”며 “우리(사측)는 노조의 비타협성, 괴롭힘, 고의적이고 파괴적인 전술에 직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올해 들어 회사가 ‘원 옐로’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정책을 도입하면서부터다. 회사는 중복인력을 줄이려고 했고 노조는 오히려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회사는 노조의 반대로 1억37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파업을 예고했다.
양측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고객 수는 급격히 줄었다. 언제 파업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미국의 운송·물류 전문 자문회사 SJ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평균 4만9000건의 배송을 처리했으나 최근 일 배송 건수는 1만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