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지역 3% 불과해 사망자 늘어날 듯… 이재민 1400명 대피소로 피신
건물 2천채 파손, 여의도 면적 3배 소실… 재건비용만 최소 7조원 추산
10일(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해 허리케인 도라의 강풍으로 크게 번진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불에 타 폐허로 변한 주택과 건물이 보인다. 2023.8.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하와이 산불 사망자가 12일(현지시간) 93명으로 증가하면서 미국에서 100여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산불로 남게 됐다. 주민 수백명이 여전히 실종된 데다 수색이 안된 지역이 많아 사망자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닷새째 이어진 산불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가 9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집계된 사망자수는 80명으로 이날 하루 13명의 주민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불이 나 85명이 숨진 것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보다 더 큰 인명피해는 1918년 미네소타주 북부에서 발생한 '클로케 화재'로 당시 4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사망자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50명의 미 연방인력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화재 면적이 워낙 광범위한 탓에 수색 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다.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는 사체 탐지견이 수색을 완료한 지역은 전체 화재 면적의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틀 내로 추가 수색팀과 탐지견을 하와이에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FEMA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 일대 건물 2200여채가 부서지고 총 2100에이커(8.49㎢)가 소실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재건 비용만 최소 55억달러(약 7조원)로 추산된다.
13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로 주민과 관광객들이 돌아 가기 위해 차량을 타고 길게 줄을 서 있다. 2023.8.1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 8일 0시쯤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쿨라 마을에서 발생한 산불은 허리케인 강풍을 타고 6시간 만에 50㎞가량 떨어진 라하이나를 빠르게 집어삼켰다.
전날 산불의 약 85%가 진화됨에 따라 당국은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것으로 보고 통행을 허용했다. 이에 피난을 갔던 주민들도 속속 마을로 돌아오고 있지만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해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 주지사는 이재민을 위해 호텔방 1000실을 확보했으며 자택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임대 주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주 정부가 마련한 긴급 대피소에 머문 있는 인원은 14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화마에서 섬 곳곳에 설치된 자연재해 대피 사이렌이 한 번도 울리지 않아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 관리들은 통신망 장애, 연안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력한 돌풍, 산재된 산불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비상 관리 기관과 실시간으로 협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쿨라 마을에서 최초 화재 신고가 접수됐을 때 대피 경보기만 잘 작동했더라면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화재 발생 전후 당국의 의사 결정을 토대로 '늑장 대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0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 주민들이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지원 물자를 수령하고 있다. 2023.08.1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