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탐사보도 언론인 출신 새 후보 낙점
"체포된 피의자 6명, 범죄조직 연루 가능성"
선거 연설을 하고 있는 생전의 에콰도르 야당 대선 후보 페르난도 에콰도르 비야비센시오. 그는 지난 9일 유세장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키토=로이터 연합뉴스
괴한의 총격으로 암살된 에콰도르 야당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59)를 대체할 후보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최종 낙점됐다. 대선은 예정대로 오는 20일 치러진다.
비야비센시오가 몸담았던 정당인 '건설운동'은 13일(현지시간) 새 대선 후보로 저명 언론인 출신인 크리스티안 수리타(53)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수리타 후보는 비야비센시오와 함께 에콰도르 탐사 저널리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기자 출신이다.
"새 후보, 부패·마약범죄와 싸울 최적임자"
특히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각종 부패 행위를 파헤쳐 명성을 얻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건설운동'은 관련 성명에서 "비야비센시오의 공약을 계승하고 부패 및 마피아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설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20일 치러지는 대선에선 특정 후보가 △과반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 후보에 10%포인트 앞설 경우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오는 10월 15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현재 8명의 후보 중 선두는 코레아 전 대통령 측 '시민혁명운동' 소속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다. 비야비센시오는 생전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살해당한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는 이유다. 비야비센시오는 대선 공약으로 마약 밀매 등을 뿌리 뽑겠다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공직자 부패 폭로에 앞장서 왔다.
'뒷북' 치안 강화… 미 FBI도 수사 지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 정부는 주요 교도소를 대상으로 총기 및 탄약류, 마약, 방탄조끼 등을 대거 압수하는 등 뒤늦은 치안 강화 조처에 나섰다. 또한 수감 중인 에콰도르 마약 밀매 카르텔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인 아돌포 마시아스를 이 나라 최대 보안 교도소인 '라 로카'로 이감했다. 그는 비야비센시오에게 살해 위협 메시지를 보낸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비야비센시오 암살 사건 수사에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가세한다고 전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피격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1명 이외에 피의자 6명이 이 사건과 관련, 살인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콜롬비아 국적자로, 현지 경찰은 이들이 범죄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