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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지지율 1위 트럼프는 불참, 터커 칼슨과 별도 인터뷰
 

23일 밤(현지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폭스뉴스 주재로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비벡 라마스와미 전 로이반트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더그 버검 전 노스다코다 주지사. /로이터


2024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8명의 공화당 후보가 23일 밤(현지 시각) 폭스뉴스의 진행으로 첫 경선 토론회를 열었다. 경선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참을 선언하고 보수 언론인 터커 칼슨과 사전에 녹화한 인터뷰를 같은 시간에 공개했다.

트럼프의 불참에도 공화당 2~9위 후보 간에 외교 정책, 경제, 낙태, 교육 문제 등을 놓고 불꽃 튀는 논전이 벌어졌다. 미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인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장에는 4000명의 관객이 들어찼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최연소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38)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와 다른 후보들 간의 난타전이었다. 그는 마이크 펜스(64)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51)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61) 전 뉴저지 주지사 등과 설전을 벌였고 “신출내기(rookie)는 필요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같다”는 말을 들었다.

디샌티스 후보는 별 공격도 받지 않았지만, 사전에 연습한 듯한 말만 반복해 크리스티로부터 “미리 캔에 넣어온 답변”이란 냉소를 받았다. 폭스뉴스는 “‘신출내기' 라마스와미가 모든 방면에서 포화를 맞았다”고 평했고, CNN은 “라마스와미 대 모두였고, 펜스는 흥미로운 면을 보여줬으며, 디샌티스는 무리 속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일이나 내용 면에서 트럼프 정신을 가장 체현한 후보는 정부에서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라마스와미였다”며 그가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후보를 공격하고 타격을 감수할 의지를 갖고 하는 전직 대통령의 싸움(pugilism)을 모방했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비벡 라마스와미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가 23일(현지 시각) 첫 당내 경선 토론회 후에 기자들과 대화하며 웃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라마스와미에 “신출내기”, “챗GPT” 포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지지율이 오른 라마스와미는 이날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했던 론 디샌티스(45)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무대 중앙에 섰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라마스와미는 토론 초반부터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나는 아웃사이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무언가를 피하려는 공화당의 직업 정치인들이 출마를 했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향해 달려 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직 부통령, 현직 상원의원, 현직 주지사(2명), 전직 주지사(3명) 등 모두 직업 정치인인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말이었다.

반격은 곧바로 들어왔다. 상원의원과 인디애나 주지사 등을 지내 정치 경험이 풍부한 마이크 펜스(64) 전 부통령은 재정적자 등 경제 문제를 얘기하다가 “비벡(라마스와미)가 최근에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던데 비벡, 당신에게 전해줄 뉴스가 있다”고 운을 뗐다.

펜스는 “내가 의회에도 있어봤고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에도 있어봤는데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모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경험 없는 신출내기(rookie)를 데려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 순간 양쪽 지지층에서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져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도 라마스와미는 “이 무대에서 매수당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거짓말(hoax)’이다”라고 답했다. 정치인 출신인 다른 후보들이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할 수 없는 말을 자신은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크리스 크리스티(61) 전 뉴저지 주지사가 “챗GPT 같이 들리는 사람의 말은 오늘 밤 충분히 들은 것 같다”며 반격에 나섰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크리스티는 라마스와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종류의 아마추어”라고 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비벡 라마스와미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 놓고도 설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증액을 지지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손을 들어달라’는 질문에 디샌티스는 반쯤 팔을 들더니 “나는 유럽국가들이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우리(미국)의 지원은 그들이 하는 것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완전히 손을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가 오늘날 미국의 우선사항이 아니란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게 만든)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에 끌고 갔다”고 했다. 그는 또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또 할 수는 없다”며 “우리 국경을 지키고 본토를 지켜야 할 때 군사적 자원을 해외로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51)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러시아의 승리는 중국의 승리다. 우크라이나가 방어의 제1선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헤일리는”그(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중국이 대만을 먹도록 두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끊고 싶어하는데, 우리는 친구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면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세계 전쟁이 되는데 우리는 그 전쟁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가 “푸틴이 오늘 한 일을 봐라. 프리고진을 죽였다. 이 사람은 살인자다. 당신(라마스와미)은 친미 국가보다 살인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 장내에서 환호가 나왔다. 라마스와미는 헤일리에게 “(방산회사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이사회에서 미래의 경력을 잘 쌓기 바란다”고 쏘아 붙였지만, 헤일리는 “당신은 외교 정책 경험이 없고 그게 드러난다”고 되받아쳤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3일(현지 시각) 열린 공화당 첫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낙태는 도덕 문제” vs. “현실적 생각해야”


작년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예상했던 공화당에 실망을 안겨줬던 낙태 문제도 토론의 중요한 주제였다. ‘차기 대통령이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플로리다주에서 임신 6주 이상 낙태 금지법안을 도입한 디샌티스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나는 생명의 편에 서겠다”면서도 “위스콘신은 텍사스와 그것을 다르게 시행하고,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또 다르게 할 것이란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각 주(州)의 정책에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에 찬성해 온 펜스는 “이것은 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라며 “모든 주에 최소한의 (낙태 금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팀 스콧(58) 상원의원은 임신 15주 이상의 낙태를 전국적으로 금지하겠다며 “이를 일리노이주나 미네소타주에 맡겨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스다코다주에 임신 6주 이상 낙태 금지 법안을 도입한 더그 버검(67) 노스다코다 주지사는 연방 차원의 금지에는 반대한다며 “연방정부가 사람들의 삶에 자꾸만 개입하고 있다. 이 문제에도 연방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라고 했다.

유일한 여성인 헤일리는 낙태에 반대한다면서도 “이 사안을 악마화하는 것을 그만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연방 차원의 금지를 말할 때 미국인들 앞에 솔직해지자. 지난 45년 간 낙태에 반대하는 상원의원이 45명도 없었다”면서 연방 낙태 금지법을 만들려면 민주당을 포함해 상원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헤일리는 “민주당 대통령이 모든 주의 법을 금지할 수 없는 것처럼 공화당 대통령도 낙태를 금지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상원의원 60명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여성들이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공연히 여성 유권자를 자극해 본선에서 공화당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사안이란 것이다.
 

팀 스콧 상원의원이 23일(현지 시각)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은 두들기고 트럼프에서는 엇갈려


이날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디샌티스는 최근 워싱턴DC의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이란 컨트리 노래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미국)가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쇠락하고 있다. 이 쇠락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며 선택”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바이드노믹스를 뒤집어 놓아야 중산층 가정이 다시 성공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버검도 “바이든의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을 죄고 있다. 우리 경제는 당신이 사려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으로 망가지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국경을 안전하게 만들고, 경제가 지금처럼 기어가는 것이 아니라 뛰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라마스와미는 “진실을 말하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21세기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헤일리는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반감을 사는 정치인이다. (전국민이 투표하는) 본선을 그런 식으로 이길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사 허친슨(73) 전 아칸소 주지사는 “조 바이든이 4년 더 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4년 더 하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해법은 미국에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미국의 가장 좋은 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펜스가 2021년 1월 6일 (바이든이 승리한) 선거 결과를 인증한 것이 올바른 일이냐'는 질문에 크리스티, 헤일리, 버검, 스콧 등 다른 후보들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고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지지하겠느냐. 그렇다면 손을 들어보라’는 질문에도 허친슨을 제외한 7명이 손을 들었다.

이 문제로 공화당 내의 비판을 많이 받아온 펜스는 “그(트럼프)는 자신을 헌법보다 우선해 줄 것을 내게 요청했다. 나는 헌법을 선택했고 항상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범죄 혐의에 대해 펜스는 “모든 미국민이 그러하듯 무죄 추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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