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영화 '치악산' 측에 제목 변경을 요구했고, 이에 관계자들이 협의에 나섰다. 현재 영화사와 원주시 측이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는 9월 개봉하는 영화 '치악산'은 강원 원주의 '치악산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다.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작품.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치악산'으로 개봉을 앞두고 해당 지역 경찰서에 "18토막 연쇄살인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냐?"고 묻는 확인 전화가 쏟아지는 등 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 때문에 국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관광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원주시 측은 "국내 명산 중 하나인 치악산국립공원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되면 이는 원주만이 아닌 국가적인 손실이다. 제작사 측에서도 원주시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제작사에 의견을 전달했다. 최근 영화 제작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영화 제목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것.
실제로 '치악산'의 오성일 PD는 제작사 대표와 곧바로 원주에 내려가 원주시 측 대표와 공무원 등을 만나 회의를 진행했다. 23일과 24일 이틀 간 두 차례 미팅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성일 PD는 24일 오후 OSEN에 "원주시에서 세 가지를 요청하셨다. '1번 제목을 바꿔달라', '2번 영화 속에 나오는 '치악산' 단어를 모두 삭제해달라', '3번 비공식 포스터를 전부 삭제해달라'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감독님이 SNS에 올린 비공식 포스터가 있는데, 페이스북으로 유출된 건 전부 삭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건 사이버 업체에 의뢰해서 삭제할 생각이다. 그 의견은 충분히 수용하고 진행할 것"이라며 "1~2번이 하나로 묶여있는 이슈인데, 제목을 바꾸라는 것도 정말 쉽지 않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와 포스터에 나오는 모든 '치악산' 단어를 빼고 '삐처리' 해달라는 건 영화를 다시 찍으라는 것과 같다"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오성일 PD는 "원주에 롯데시네마가 있어서 원주 시민분들 위해 '치악산' 개봉 전 단체 시사를 진행하자고 제안드렸다"며 "이건 아무래도 원주시 분들도 검토해 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은 거기까지 얘기가 진행됐는데, 다행히 원주시 분들도 어제보단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치악산'은 홍보 과정에서 '18토막 연쇄살인' 등의 단어가 강조돼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도 아니며, 최근 영등위에서 중학생도 볼 수 있는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오성일 PD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우리 영화의 포스터와 내용 때문에 굉장히 끔찍하고 잔혹한 작품인 줄 알고 계시는데, '치악산'은 19금 청불이 아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며 "실제 본편에는 생각만큼 끔찍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언론시사회, VIP 시사회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오해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 영화를 직접 보면 오해가 많이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며 추측성 루머들이 인터넷상에서 퍼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치악산'처럼 지명을 딴 영화 제목으로 인해 제작사와 지역간의 갈등이 수 차례 벌어진 바 있다. '곡성'(2016) '곤지암'(2018),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2022)도 대표적인 예다.
'치악산'이 위의 작품들과 같이 제목을 그대로 유지해 관객들 앞에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치악산'은 오는 9월 13일 개봉한다.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이태환, 배유람 등이 열연했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