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죽어” 日라멘집에 1000통 항의전화…日, 中대사 초치 “유감”

중국인들, 日오염수 방류 직후 폭언·전화
日 초치에 中 “日이 업무방해 전화” 맞불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반대를 무릅쓰고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도쿄=로이터연합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 직후 일본 음식점 등이 중국인들의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일본 정부가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인들의 폭언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29일 교도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전날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도쿄 외무성으로 불러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아 지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한 뒤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의 즉시 철폐를 재차 요구했다.
 
오카노 사무차관은 또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 일본으로 괴롭힘 전화가 다수 걸려 오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후쿠시마시청과 도쿄 에도가와구의 공공시설 등지에는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에서 항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욕설을 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일본 측 입장이다.
 
테레비아사히에 따르면 도쿄 아사쿠사의 한 라멘 가게에 지난 25일부터 걸려 온 항의 전화는 1000건 이상으로 하루 300통이 넘는다. 이 가게의 본점은 후쿠시마에 있다.
 
라멘 가게 대표는 “처음에는 평범한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는 1000건을 훨씬 넘어서 나머지는 자동 응답기로 (돌렸다). 심한 곳은 (1000건도) 더 넘는다”고 토로했다.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된 다음 날인 25일부터 이어진 전화는 1분 간격으로 쇄도해 지금도 걸려 오고 있다고 한다. 가게 대표가 기록한 발신자 번호 앞자리에는 전부 중국 국제번호 ‘86’이 붙어 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수산물 시장에서 상인이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이날 중국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베이징=로이터연합

 
전화를 받으면 “처리수”, “핵”, “후쿠시마” 등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일본어와 함께 “바보(バカ)”, “죽어(死ね)” 등의 폭언을 빠르게 쏘아붙이고는 끊어버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서에도 피해가 번지고 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에 항의 전화를 거는 모습을 자랑하듯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일본어로 “미나미소마 경찰서입니다”고 하자 이 중국인 남성은 “너 양심 없어. 죽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 내 일본 관련 시설에도 물리적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산둥성의 일본인 학교에서는 돌덩이가, 장쑤성의 학교에서는 계란이 투척되는 일이 발생했다.
 
오카노 사무차관은 이와 관련해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이나 일본 공관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한편 이날 초치를 당한 주일 중국대사관은 다소 이례적으로 우 대사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장하오 대사는 “중국은 계속해서 법에 따라 중국 주재 일본 대사관·영사관의 안전과 재중국 일본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오히려 주일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에 최근 일본인의 ‘업무방해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에 항의했다.
 
주일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우 대사가 “일본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이 소란을 피우는 전화를 받고 있다”며 일본에 ‘엄정한 교섭’(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우 대사는 “최근 일본 주재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일본 국내에서 온 대량의 ‘소란 전화’를 받았다”며 “이는 대사관·영사관의 정상적인 운영에 엄중한 방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를 무시하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개시를 강행해 공공연히 핵 오염 리스크를 전 세계에 전가했다. 이것은 지극히 제멋대로이며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