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전기 집필한 아이작슨
WSJ에 ‘트위터 인수 전말’ 에세이
작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 본사에 세면대(싱크대)를 들고 출근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사진과 함께 ‘트위터 본사에 들어가는 중-싱크를 안으로 들여보내줘(Let that sink in)’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렛 댓 싱크 인’은 “내 행동이나 말이 타인의 마음속에 침투해 이해받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현 X)
지난해 10월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전 세계 3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를 인수했다. 머스크의 ‘철권 통치’ 아래 70%에 가까운 직원이 해고됐고, 17년 동안 사용했던 ‘파랑새’ 로고와 사명은 하루아침에 버려졌다.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을 운영하며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배경에는 끊임없는 자극을 갈구하는 천성과 반골 기질, 그리고 뒤틀린 가족 관계가 있었다.
이달 출간될 머스크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한 진짜 이야기’라는 에세이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말을 상세히 전했다. 머스크가 어떤 인물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함께 드러났다.
◇머스크, 왜 트위터에 꽂혔나
아이작슨에 따르면 막대한 성공을 이룬 머스크는 지난해 초 ‘게임에서 이겼지만 게임 전원을 끌 수 없는 게임 중독자 상태’였다. 전력을 다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짜릿함에 도취한 그에게 휴식은 공허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자극만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머스크 소유의 스타트업 ‘뉴럴링크’ 이사이자 머스크와 두 아이를 낳은 시본 질리스가 그에게 “당신은 전쟁 중에 있어야 더 큰 위안을 느끼냐”고 묻자, 그는 “나는 원래 이렇게 설정된 사람 같다. 항상 (카지노) 칩을 테이블로 다시 올려 다음 단계의 게임을 하고 싶어진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안정한 성공 시기’는 마침 그가 100억 달러 규모의 만료된 스톡 옵션을 행사한 기간과 겹쳤다. 머스크는 “그 돈을 은행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상품이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답은 간단했다. 트위터였다”고 했다.
월터 아이작슨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트위터에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네티즌과 ‘설전’을 펼치는 것을 게임처럼 즐겨 왔다. 아이작슨은 “트위터는 놀림과 괴롭힘이 있는 학교 운동장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머스크 같은) 영리한 아이들이 팔로어를 얻는 곳”이라며 “(공부 벌레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처럼 구타를 당하는 일도 없는 데다, 이 플랫폼을 소유하면 그는 ‘학교 운동장의 왕’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유년기의 결핍이 머스크가 트위터에 유별나게 집착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른바 ‘깨어난 정신 바이러스(Woke mind virus)’가 미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색인종·성소수자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느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트위터의 지분 9%를 매입한 지난해 4월에 이미 트위터를 더 포괄적인 ‘X.com’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이 같은 생각은 큰아들 자비에르(Xavier)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결정한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자비에르는 지난해 4월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고, 이름을 ‘자비에르 머스크’에서 엄마의 성을 따른 ‘비비언 제나 윌슨’으로 바꾸며 “내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머스크는 아이작슨에게 “내 자식이 사회주의를 넘어 완전한 공산주의자가 됐고, 모든 부자를 악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좌파적 이념이 자신과 자식 사이를 갈라놓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이다.
◇들여다볼수록 엉망인 트위터…”직접 손봐야”
트위터의 지분을 매입하며 투자자로 참여한 머스크는 작년 3월 말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였던 파라그 아그라왈을 만나고 트위터를 아예 인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아그라왈을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트위터에 필요한 것은 불 뿜는 용인데 그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에게 CEO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결코 ‘좋은 사람’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격언 중 하나는 ‘관리자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는 머스크와 결이 맞지 않는 회사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사옥 화장실에는 ‘성별 다양성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간판이 붙어 있었고, 매달 정신적인 ‘휴식의 날’을 운영했으며 모두를 배려하는 ‘심리적 안전’이 핵심 운영 정책이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선호하는 용어는 ‘하드코어’이며, 불편함이 좋은 것이라 믿는 사람”이라며 “휴가, 일과 삶의 균형은 그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 상징인 파랑새에 혐오감을 내비쳤고, “이 빌어먹을 새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이때부터 ‘X’로 바뀔 운명이었던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