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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참호·회랑 즐비한 로보티네 최전방
병력 교대와 주민 소개 작전에서 맹활약
몇 km까지 들리는 엔진소리 적에겐 공포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점령한 자포리자 지역 로보티네 마을 전투에서 미국이 지원한 브래들리 전투차량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8일(현지 시간) 로보티네를 탈환한 뒤 국기를 게양한 장면. 출처 : @DefenceU 2023.9.6. *재판매 및 DB 금지

미 CNN은 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대반격전에서 장악한 자포리자 지역 로보티네 마을에서 활약하는 미제 브래들리 전투차량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의 T0408도로는 지금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오리히우에서 로보티네를 거쳐 토크막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하늘엔 드론이 벌떼처럼 떠 있고 포격과 폭격이 끊기는 법이 없으며 비옥했던 들판은 지뢰, 참호, 회랑 등 러시아군 방어선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이처럼 거의 불가능한 도로를 뚫고 남진하는 것이 우크라이나군 47기갑여단의 임무다.

47여단 소속 호출명 카라추파, 판, 타바 등 3명은 미국이 지원한 브래들리 전투차량으로 최전선에 교대 병력을 실어 나른다.
 

포격이 잠시 뜸해지는 30초 동안 질주


이들이 브래들리를 몰고 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초, 포격이 잠시 뜸해지는 틈새뿐이다.

브래들리 전투차량 지휘관인 카라추파는 “2014년부터 복무하고 있는데 여기 같은 지뢰밭은 처음 본다. 좌우로 몇 헥타아르씩 깔려 있다. 참호와 회랑도 수십 km 이어져 있다. 러시아군이 우리가 점령한 곳에까지 지뢰를 투척하고 있다. 지뢰만 없었어도 벌써 토크막까지 진격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 병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로보티네를 장악한 뒤로 러시아군의 반격이 거세졌다고도 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이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포와 공습은 물론 드론 공격이 맹렬하다고 했다.

판은 “드론 때문에 하늘이 어두울 정도”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띄우는 정찰 드론, 공격 드론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폭 드론이 가장 악질이라고도 했다.
 

하늘 덮은 드론으로 어두울 정도


한 달 가량 전투가 지속되면서 500여 명이 살던 마을에 지상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는데 주민들이 여전히 지하실에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전방의 보병이 주민들에게 피신하라고 하자 주민들이 브래들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 여인은 고양이를 안고 있었고 한 남자는 전쟁 전 저금을 털어서 산 차를 브래들리 전투차량들 사이로 끌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차는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카라추파 지휘관은 “러시아군이 즉시 포격을 가해왔다. 민간인이 죽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브래들리에 오르는데 포탄이 날아왔다. 브래들리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브래들리가 방향을 트는데 또 포탄이 날아왔다”고 설명했다.

마을 인근 숲 속에 나이든 남자 노인과 여자들을 내려주었다. 최악의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지하에서 버티느라 굶주리고 더러운 모습들이었다.
 

지상의 모든 것 파괴된 속 주민들 지하실서 버텨


카라추파가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자기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었다고 했다. 먹을 것을 주지 않아 러시아군 식량을 훔쳐 먹어야 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안 견디기 힘들었지만 아무도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도 했다.

로보티네 마을은 자포리자 지역 최전선 마을 대부분이 그렇듯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이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곳이다.

러시아군이 주민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리저리 부려먹었다고 했다. 카라추파는 “주민들을 하인처럼 취급했다. 모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러시아로 가고 싶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로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남았고 잔득 겁먹은 채로 견뎠다. 우리를 보자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카라추파는 브래들리가 없었다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브래들리가 견뎌낸 포탄 자국을 보여줬다. 브래들리의 약점은 몇 km 밖에서도 들리는 휘파람소리 같은 엔진소리 뿐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소리가 러시아군을 겁주고 최전방 보병들을 안심시킨다고도 했다.

카라추파와 판, 타바 모두 브래들리에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세상에 천하무적이란 없다고 했다. 지난주 로보티네 전투에서 브래들리에 탄 병력이 직격탄을 맞아 숨진 병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옥으로 가는 길”에서 치러야할 대가가 아직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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