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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일 병행 학생 위해 '주3일 수업' 확산
대학생 76% "생활비 부담…학업 부정적"
"조치 안 하면 '특권 자녀 교육기관' 전락"

 

영국에서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에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교 '주 3일 수업'이 확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강의, 세미나 등이 일주일 내내 잡혀 있던 기존과 달리, 2~3일 수준으로 학사를 대폭 줄인 것이다.

영국 대학들은 아르바이트 등 생활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을 배려한 '압축 수업'(Compact Teaching)을 도입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 드 몽포르 대학, 코벤트리 대학(그리니치·대거넘 캠퍼스), 선더랜드 대학, 런던 로햄턴대학,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런던 캠퍼스), 영국 법학대학 등은 주 3일 압축 수업을 시행한다. 나머지 2일은 학생들이 생활비를 벌도록 하자는 취지다.

드 몽포르 대학은 지난해 일부 학과에 이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대학의 자체 설문 결과, 주 3회 압축 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고 10% 정도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티 노밍턴 부총장은 "재학생에게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임대료 마련이 어려워지자 학생들은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6월 영국 고등교육 정책연구소(HEPI)가 대학교 재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고, 주 평균 13.5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34%, 2022년 45%와 비교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런던 임대료 3년간 20%↑…방 한 칸 월 270만원

 



특히 런던 임대료는 원래 높은 것으로 악명이 자자했는데, 지난 3년간 평균 20%가량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다.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현재 방 한 칸짜리 주택 임대료 중앙값은 한 달에 1600파운드(약 270만원)에 달한다.

영국의 2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8월 4.5%에서 올해 8월 말 6.6%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런던 임대주택 소유자의 이자 납입 부담이 크게 늘었고,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이를 전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도 만만치 않다. 7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8%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으나,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3배 넘게 웃도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업 중단을 고려하는 학생마저 늘어나고 있다. 앞의 HEPI 조사에서 응답자 76%는 "임대료와 식료품 등 생활비 부담이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3월 '러셀 그룹'(영국 명문대 24곳) 학생회의 조사 결과, 응답자 5명 중 1명은 "생활비 문제로 중퇴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HEPI 관계자는 "정부가 제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대학이 소수의 부유층, 특권층 자녀만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도 대학생 생활고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최근 "내가 지금 학교에 다닌다면 암울한 경제 상황, 치솟는 물가로 생활비에 허덕이다 졸업도 못 했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다만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2일 “가을로 접어들어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다”며 “연내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줄여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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