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지역의 집중 호우로 사망자자 속출한 가운데, 흑해 연안에서 바다에 잠긴 차를 사람들이 꺼내려 하고 있다.[AFP]
“1년 동안 와야 할 비가 단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 폭우는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에선 한 하루 만에 1년 동안 내릴 비가 쏟아졌다. 그리스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상 최악의 산불이 강타했던 지역. 유례없는 폭염·가뭄과 폭우가 불과 며칠 만에 쏟아진 셈이다.
한국도 먼 일이 아니다. 도심까지 물에 잠기는 일도 이젠 익숙할 지경. 올 여름 남부지방엔 역대 장마철 중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비는 평년보다 약 300mm 더 내렸다. 그러면서 기록적인 폭염도 동반됐다. 이미 인류를 향한 지구의 경고는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리스 지역에 내린 폭우 속에서 한 남자가 차를 포기한 채 내리려 하고 있다. [EPA]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와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에서 폭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중이다. 한 마을엔 5일 자정부터 오후 8시까지 무려 754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리스 기상청에 따르면, 그리스 연간 평균 강우량은 약 400mm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연간 강우량을 훌쩍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것.
기상학자인 디미트리스 지아코풀로스는 “기상청이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55년 이래 이 같은 강우량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리스에서 폭우 속에 소방관들이 사람들과 개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P]
그리스 내 발생한 폭우로 버스가 물에 잠겨 있다. [로이터]
튀르키예나 불가리아에서도 폭우에 따른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캠핑장에선 불어난 물에 5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스탄불에선 도로와 집들이 물에 잠겼다.
한국도 올 여름 이상기후를 혹독하게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기온을 1도 웃돌았다.
폭우도 심각했다. 올여름 강수량은 평년보다 291.2mm나 더 내렸다.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 중요한 건 강수일을 감안한 결과다. 강수일은 평년보다 불과 2일 정도 더 많았다. 즉, 내린 비는 역대급이지만, 비가 내린 날은 큰 차이가 없다. 즉, 한번 비가 내리면 심각한 폭우로 쏟아졌다는 의미다.
올해 내렸던 폭우로 부여군 한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
올여름 전국 평균 장마철 강수량은 660.2mm. 역대 장마철 중 3번째로 비가 많이 쏟아졌다.
특히 남부지방만 보면 강수량 712.3mm로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폭염에도 시달렸다. 올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29.3도. 평년기온보다 0.8도 높았다.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도 전국 평균 13.9일로 평년인 10.7일보다 많았다.
최근 들어 충청이나 경북 등 특정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된 원인으론 이상기후가 꼽힌다. 기상기후 영향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대기의 강’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인명피해를 일으킨 집중호우에도 대기의 강과 비슷한 수증기의 유입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작년 서울에서 지하 주택 및 주차장이 침수되거나, 2020년 장마철에 섬진강이 범람한 것도 대기의 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록적인 폭우는 앞으로 더 강하고 빈번해질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대기에서 단기간에 비구름이 형성되면서 언제 어디에 비가 내릴지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