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이냐 (서로간의)다툼이냐"
현재 배우 김히어라를 둘러싼 논란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히어라는 일진 멤버이자 학폭의 가해자인가 아니면 문제아 무리의 멤버이지만 방관자에 가까웠던, 하지만 갈등을 빚은 상대와 다툼은 했던 주목받는 인물이었을까.
그리고 이 같은 논란은 앞서 역시 학폭 논란에 휩싸였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 사안과도 유사해 눈길을 끈다. 학폭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디스패치는 김히어라가 상지여중에 재학할 당시 '빅상지'라는 일진 모임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보도했다. 빅상지는 또래 및 후배 학생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모임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히어라 측은 자신이 빅상지의 일원이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빅상지'는 일진이 아니며 학교폭력에 가담한 적 역시 없다”고 반박했다.
김히어라의 소속사는 9일 디스패치에서 동창생 H라고 언급한 인물과 김히어라가 나눈 대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디스패치에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두 녹취록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히어라의 소속사 측은 "두 사람의 기억이 매우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주장을 녹취록이라고 편집한 부분만 보도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전한 바다.
소속사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히어라는 H에게 "내가 사실 다 기억나진 않는데 너한테 그랬던 건 맞아"라면서도 도 "난 아무 이유 없이 약자를 괴롭히고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H는 거기서 약자인 친구가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약자인 H에게 일방적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속사 측은 "통화 내용에 언급돼 있듯, H와 김히어라는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H의 일련의 행동들로 김히어라는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둘은 멀어지고 다투게 됐다. H가 주장하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사에서 거론된 일진과 학교폭력이라는 것에 지속적이지도 않고,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친구의 다툼이 포함되는 것인지 소속사는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10일 김히어라의 다른 동창이자 제보자인 B는 일간스포츠에 김히어라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폭로를 했다.
B는 디스패치를 찾았다가 김히어라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일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학폭) 주장을 철회했다며 특히 H가 자신을 폭행한 가해자라고 주장, 관련 사례를 들었다. B는 "H는 나에게 X언니를 해주겠다며 접근했고 내가 관계를 깨려하자 나를 불러내 폭행까지 했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할 수가 없는 게 학교에 나온 일이 거의 없다. 학교도 얼마 안 다니고 자퇴한 것으로 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앞서 '더 글로리' 공개 당시 안길호 감독의 27년 전 학폭 폭로가 나와 충격을 안겼던 바다.
제보자 A는 미국에 사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 1996년 필리핀 유학 시절 당시 고3이던 안 PD로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두 시간가량 심한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폭로글을 썼다. A는 “동급생 친구들이 안 PD의 당시 여자친구를 놀렸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라며 당시 안 PD가 국제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A와 친구를 불러오라고 지시했고, 협박에 이기지 못해 끌려 간 곳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 PD 측은 처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법무법인을 통해 폭로가 일부 사실임을 인정했다. 안 PD 측은 "안길호 감독은 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었습니다"라며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지 않은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합니다"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 글로리'의 숫자적 성공을 보면 이 같은 안 PD의 학폭 논란은 전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실에는 '연진이가 이겼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
그러나 '안 PD=연진'아라고 하기에는 네티즌의 크게 엇갈린 의견이 과거 학폭 사건과는 다른 양상을 띄었다. 이는 안 PD 사건은 기존에 문제가 됐던 학폭 사건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더 나아가 이는 학폭의 기준과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던 바다.
안 PD의 폭행을 학폭이라고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는 쪽에서는 괴롭힘과 폭력의 지속성이 불명확하고(일회성일 가능성) 놀림이라는 원인 제공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학폭이 맞다는 입장에서는 1대 1은 다툼이라고 할지라도 2인이상 대 한 명과의 싸움은 학폭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학교라는 배경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 사태, 특히 약한 학생(후배)에게 가한 폭력은 학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양측의 논쟁이 진행됐고 이는 '학폭의 정의를 좁고 분명하게 내려야 한다'와 반대로 '기준을 좀 더 포괄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학폭의 정의에 대한 논의까지 불러일으켰던 바다.
[OSEN=최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