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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미국과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는 와중에도 비밀리에 러시아로부터 무기 거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관계 다지기에 나서면서도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러시아산 무기 구입에 나서면서, 베트남의 복잡한 외교 관계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각) 올해 3월 베트남 재무부에서 작성한 문서를 인용해 “베트남이 베트남과 러시아의 합작 석유 회사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 구입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베트남군을 현대화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주최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 UPI 연합뉴스


해당 문서에는 베트남 재무부 차관, 러시아 관료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이 문서는 “러시아가 서방 국가로부터 모든 면에서 금수조치를 받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러시아와 전략적 신뢰를 강화할 새로운 무기 거래를 협상 중”이라고 언급돼 있다. 또한, “베트남은 여전히 러시아를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로 인식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 베트남 관리는 “러시아와 베트남의 새로운 무기 계약은 20년에 걸쳐 80억 달러(약 10조6700억원)로 제시된 상태”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한때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이었고, 오랫동안 러시아 무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러시아안 무기 수입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군사력을 재정비해, 남중국에서 중국이 해상 국경을 침략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베트남은 비밀리에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베트남은 러시아산 무기에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비밀 계획을 세우면서 냉전 정치와 현재 열전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더 큰 안보 경쟁의 중심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가운데 나온 이같은 소식은 미국의 외교 활동을 약화할 수도 있다. NYT는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 아니면 남’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 외교 정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베트남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미국 외교 활동을 약화한다”고 꼬집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어떤 면에서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중국이 얼마나 민감한 관계인지, 베트남이 러시아와 얼마나 깊은 관계인지를 미국이 과연 이해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짚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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