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서산지원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
가정 폭력으로 인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합의를 요구하며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2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보복상해, 보복살인), 가정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1) 씨의 항소심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40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4일 오후 3시 16분 아내 B(44) 씨가 운영하는 충남 서산의 미용실을 찾아간 뒤 미리 준비한 손도끼와 흉기 등을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도망치는 B 씨의 비명을 들은 행인들의 제지에도 A 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행인들이 차량에 있던 삽으로 그를 제압한 후에야 범행을 멈췄습니다.
이후 A 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중상을 입은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숨진 B 씨는 한 달여간 4차례에 걸쳐 가정폭력 신고한 상태였습니다.
A 씨는 사건 발생 보름 전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앞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에 합의해주지 않는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이들의 자녀는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글을 올려 "아빠가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으로 출소하면 보복이 두려워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사건을 살핀 1심 재판부는 징역 40년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15년을 명령하고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 아내를 탓하는 태도를 보인다"면서 "앞으로 자녀는 아버지가 엄마를 살해했다는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측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A 씨는 "아내의 불륜에 분노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복 목적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A 씨는 피해자를 탓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재범 위험성 역시 '높음'으로 나와 엄벌에 처해야 한다"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가 합의하면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녀를 통하거나 직접 합의를 요구했지만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려 이혼만이 탈출구였던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도 A 씨는 피해자와 자녀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는커녕 불륜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범행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고 피해자는 마지막까지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라고 꾸짖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과 같은 형을 내렸습니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