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절단 보내 리비아 설득하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경쟁 중인 가운데, 러시아가 지중해 연안국 리비아에 해군을 주둔시키려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뒷마당인 지중해에 대한 군사력 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군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리비아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최근 수주일간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과 접촉해 러시아 군함이 북동부 벵가지나 투브루크 항에 장기간 정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측은 하프타르 장군에게 러시아군이 이들 항구에 있으면 LNA도 연료를 보충하거나 무기를 수리하는 등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항구는 모두 그리스와 이탈리아로부터 650㎞ 이내 거리에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다른 지중해 연안국인 시리아 서부의 타르투스 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이같은 시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압박하자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아프리카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와 함께 현재 러시아군은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비행기 사고로 급사한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바그너 조직을 접수하는 중이기도 하다.
프리고진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대여섯 곳에 바그너그룹을 진출시켰다. 이곳에 있는 병력은 6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대응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이같은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리비아에 고위급을 보내 설득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국방 합동 사절단은 이번달 리비아를 방문해 하프타르 장군에게 바그너 용병들을 추방하고 그의 군대를 경쟁 세력과 통합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관 마이클 랭리는 하프타르 장군을, 리처드 놀런드 리비아 특사는 서부에서 집권 중인 리비아 통합정부(GNU)의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총리를 각각 만날 계획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최근 쿠데타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준동으로 불안해진 사헬 지역(사하라 남쪽)에 완충지대를 조성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미국은 다소 수세에 몰린 측면이 있다고 WSJ은 논평했다.
올여름 니제르에서 친러시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미국은 이에 대응하는 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니제르를 거점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응한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 공군은 니제르에서 대테러 작전을 위해 드론 부대가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아프리카 진출에 고삐를 쥐는 것은 유럽을 대체할 에너지 시장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방에 맞서 대결할 무대를 넓힐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논평했다.
나토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중해에 미국의 항공모함 등을 지속적으로 파견하는 등 군사력을 집중시켜 왔다.
이미 시리아 타르투스 항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그곳에 슬라바급 유도미사일 순양함을 배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