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양대 정부, 법무부에 참사 관련 조사 요청
데르나 대홍수 당시 당국 "집에 있으라" 방송 의혹
"양대 정부, 각자 실수 은폐하려 조사 의뢰" 분석도
[데르나=AP/뉴시스] 리비아 법무부가 데르나 대홍수 참사 관련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각) 데르나 내 건물들이 홍수로 파손된 모습이다. 2023.09.15.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대홍수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당국이 참사 관련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알-시디크 알-수르 리비아 법무장관은 최근 양대 정부로부터 각각 대홍수 참사 관련 조사 요청을 받았다.
모하메드 알-멘피 동부 정부 대통령위원회 위원장(최고 지도자 격)은 "(데르나) 댐 붕괴를 초래했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를) 방치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주문했다.
리비아는 현재 동부와 서부 정부가 나눠 장악하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은 리비아 전역에서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는 지난 10일 폭풍 다니엘이 데르나를 강타했을 당시, 현지 경찰과 보안국이 주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내렸다는 의혹도 포함될 전망이다.
데르나 지역은 권위주의 칼리파 하프타 장군과 그 아들들이 이끄는 리비아 국군이 장악 중으로, 폭풍 당시 보안국 관리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지 말고 집에 머물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다만 볼프람 라커 독일 출신 리비아 전문가는 폭풍 상륙 당시 보안국 관계자가 데르나 시장을 만났고, 이후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로 무너진 댐 두 곳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무시했는지와 2011년 리비아 내전 이후 댐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지 등도 조사될 전망이다.
해당 댐들은 2007년 튀르키예 회사 아르셀이 관리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르셀은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발하자 장비 등을 둔 채 철수했다. 이후 기계는 도난당하고 댐은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르나=AP/뉴시스] 리비아 법무부가 데르나 대홍수 참사 관련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리비아 데르나에서 주민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는 모습. 2023.09.15.
이번 조사 요청이 양대 정부의 부실 대응 의혹 은폐 노력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라커는 "두 정부는 누가 (참사에) 대응하고 지원을 제공하는지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동부 정부는 구호 활동 방해 의혹을 덮기 위해 댐 붕괴 원인 조사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선 이번 참사가 유례없는 자연재해에 더해, 불안정한 리비아 정치 상황에 따른 당국의 부실한 대처가 낳은 인재라고 지적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기상예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데르나=AP/뉴시스] 리비아 법무부가 데르나 대홍수 참사 관련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리비아 데르나에서 구조대가 홍수 희생자 시신을 수습해 옮기는 모습이다. 2023.09.15.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리비아 적신월사 이날 데르나 내 사망자 수가 1만1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마리 엘 드레세 적신월사 사무총장은 "사망자 외에도 1만1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전날 도시 전체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사망자 수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리비아 보건 당국이 발표한 공식 사망자 수는 현재 기준 5500명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