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네 엄마 대신” 친딸 성폭행한 父…할머니는 “네가 피했어야지”

by 민들레 posted Sep 16,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성년 친딸 7년간 강제추행…9년 복역 후 출소
조모 “네 자식 낳아 키워봐, 용서해” 선처 종용
피해자 “9년 지났지만 신체화장애 등 고통 여전”

 

자신의 어린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지난 5일 9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가운데, 피해자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어렸을 적 모습.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갈무리 

 
아내와 이혼한 뒤 어린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최근 출소한 가운데, 피해자는 혹시 모를 보복에 대한 우려로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다. 피해자는 실질적 보호자였던 친할머니조차 아버지의 편에 서 선처를 종용했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15일 법조계와 친족 아동성범죄 피해자 등에 따르면 친딸을 7살 때부터 7년여간 성추행 및 성폭행한 친부 A씨가 9년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 5일 출소했다. A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간음) 등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피해자 B씨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처음 당했다며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MBC ‘실화탐사대’ 등을 통해 A씨와의 소송 과정 등 현재 상황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대구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같이 목욕하자”며 B씨를 성추행했다. 이후 딸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과 성폭행은 수차례 이뤄졌다. B씨가 14살이 된 2014년에는 “성관계를 해주면 기운 내서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잘 벌 수 있다”며 성관계를 종용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B씨와 그의 오빠를 폭행하고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는 식의 협박으로 B씨를 통제하려 했다.
 
B씨는 “제가 (성관계를) 거절한 날에는 기분이 안 좋을 것 아니냐. 그런 날에는 오빠를 더 심하게 때려서 피멍이 들어 있었다”며 “오빠가 TV를 보고 있으면 아빠가 뒤에서 제 성기를 몰래 만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혼한 엄마의 자리를 대신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며 B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친부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친부의 항소이유서 갈무리

 
A씨는 9년 전 경찰 조사 당시엔 “딸이 거짓말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범행을 회피했다. 그는 “성관계를 하면 딸이 받을 충격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봤다. 다 물어보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딸한테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게 많이 이상한 거 같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부모님 이혼 후 보호자 역할을 해왔던 친할머니조차 B씨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는커녕 자신의 아들에 편에 서며 손녀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B씨에 따르면 아들의 성폭력 입건을 알게 된 할머니는 미성년자였던 B씨에게 선처 탄원서 작성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맞아 죽어도 네가 피했으면 그런 일 안 당하지 않나. 네 잘못도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이어 “용서해주라”며 “네 자식 낳아서 키워 봐라. 내 입장 같으면 네가 어떻게 하겠냐. 난 너한테 잘못한 것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5일 출소 후 과거 가족들이 살던 대구 수성구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인근 초등학교까지는 약 350m로 도보 5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는 “아동 성범죄자가 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관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어린 학생들이 범죄에 노출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B씨는 “아빠가 무슨 짓을 해도 알 수 없다. 내게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형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지만, 2심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A씨는 보호관찰자로 지정되지 않았고, 전자발찌 부착 대상도 아니기에 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해도 정부가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
 
B씨는 현재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해 국선변호사를 선임하고 아버지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B씨는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광장공포증, 대인기피증,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화장애 등을 앓고 있다”며 “아빠 명의로 재산도 없을 것이고 돈은 목적이 아니다. 합법적인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고, 경제적 자유라도 박탈하고 싶다”고 했다. 1심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A씨가 항소하면서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