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한반도처럼 분단된채 전쟁 끝날까?

by 민들레 posted Sep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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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49_"우크라이나 분단 가능성"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자포리자 로이터=뉴스1) 김형준 기자 =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 감행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차량과 건물이 파괴된 거리를 한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2023.08.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는 지난 여름 대반격을 시작하면서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선을 돌파하는데 애를 먹으면서 전장은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무기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장기화된 전쟁의 피로감과 무기 지원의 한계 등으로 향후 분단 상태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대반격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과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현실을 살펴보고, 분단 가능성 등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에 대해 전망해 봤다.

버티기 전략 돌입한 러시아최근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주요 점령지역에서 최초의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각 지역에서 최소 7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는 이번 선거가 불법 및 가짜 선거라면서 강력히 반발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크림반도에서처럼 동일한 방식으로 점령한 영토의 복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크림 반도와 4개 주요 점령지를 포함,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 가량을 점령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여건은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지난 6월 대반격을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동부 지역의 소수 지역을 탈환하는데 그치고 있다.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동원해 크림반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육로를 차단하기 위한 전술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전선이 무려 600마일에 이르는데다, 러시아가 이미 요충 지역마다 드넓은 지뢰밭과 드론, 포병, 헬리콥터가 지원하는 광범위한 참호와 벙커 등으로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어 우크라이나가 이를 돌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더구나 10월 말이 되면 흑토지대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가 발생하고, 이후 동절기가 도래하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내년 2월에 전쟁 2주년을 맞이해도 현재로선 전황이나 전선의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영국 전 장성 리차드 배런스는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병력의 규모를 고려할 때 2023년에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탈환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을 원하며 이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지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대두되는 현실론최근 관심을 모았던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의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G20 뉴델리 리더 선언'이란 명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공동선언문에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책임이나 규탄이 빠진 채 단지 "우크라이나 내 전쟁으로 인한 인간적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는 것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선언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시하고 '대부분의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1년 만에 채택된 공동선언문에선 러시아에 대한 규탄은 고사하고 '침공'이란 단어도 빠졌고 '우크라이나 내 전쟁'(the war in Ukraine)이란 표현으로 변경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공동선언문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회의 참석자 절반이 서방의 서술을 받아들이길 거부했고 공동선언문에는 합의된 언어가 사용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런 공동선언문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세계 사이에 현실적인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선언문에는 러시아에 대한 규탄 대신에 흑해곡물협정 복귀를 촉구하고 향후 핵무기 사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공동선언문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을 절충한 결과로 양쪽 모두 외교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오는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UN 총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 등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와 가까운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는 식량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100만톤의 곡물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UN 안보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와 친러 진영의 외교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UN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나오긴 쉽지 않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4일(현지시각)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침묵을 강조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 대반격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영상에는 "작전엔 보안이 필요. 작전 개시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6.05.

 

서방의 지원도 한계최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지원하기 위해 F-16 전투기 지원을 승인했다. 러시아가 구축한 두터운 방어선을 뚫기 위해선 러시아의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을 제압할 공군 전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나토 국가에 다수 배치되어 있고 재고도 넉넉한 F-16 전투기는 가장 신속하게 지원이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됐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에 일찍부터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거부해 왔다. 그러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지지부진하자 마침내 미국은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조종 훈련과 함께 나토 국가들의 F-16 전투기 이전 요청을 승인했다. 이에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을 포함한 11개국에서 지난 8월부터 조종사 훈련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올해부터 F-16 전투기도 순차적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미그-29를 조종하던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아무리 숙련된 군인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무기체계를 완벽하게 습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고도의 조종 스킬은 물론 부대 편성과 정비 능력까지 전반적인 운용능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임스 해커 미 유럽·아프리카 공군 사령관은 "12기로 구성된 F-16 비행대대가 완벽한 준비 태세와 충분한 숙련도를 갖추기 위해선 최소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영어로 훈련이 가능한 조종사는 8명에 불과하며 미국은 20여명의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영국에서 4개월간 영어 학습을 받도록 지시했다. 여기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등의 일정까지 고려하면 F-16 전투기의 본격적인 투입은 내년 중후반까지 지체될 수 있다.

독일 소재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인도주의적, 재정적, 군사적 지원은 약 760억 달러(약 100.8조원)에 달하고 전 세계로부터의 지원액은 이미 1000억 달러를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55%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지원을 승인해서는 안된다고 밝혔으며 특히 공화당원의 71%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장기화된 전쟁의 피로감이 가중된 상황에서 미국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현재까지의 전황을 기초로 본다면 우크라이나에 점차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남동부 핵심 도시인 멜리토플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 육교를 차단한다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의 F-16 등 무기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착상태가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교착상태가 만약 2024년까지 지속될 경우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가중될 것이며 러시아는 이미 주민투표와 선거까지 치른 점령지역을 통제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다른 나토 국가들도 전쟁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기 어렵다. 내년에도 대반격의 성과가 미미하고 전선의 변화가 없이 희생자와 피해만 계속 늘어날 경우 한국전쟁과 같이 우크라이나 영토는 분단된 형태로 종전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느 한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휴전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영토를 상실한 우크라이나의 협상 조건은 나토와 EU 가입 및 재건에 필요한 대규모 경제적 지원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고 나토 회원국들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건 사업 지원과 EU 가입이 현실적인 협상 결과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재건 비용은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러시아의 해외동결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