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 ‘세계의 경제적 자유’ 보고서
홍콩에 대한 본토 간섭 증가로 경제적 자유 훼손 지적
홍콩 정부 “근거 없는 주장…일국양제 충실히 이행 중”
국제금융센터 등이 위치한 홍콩 중완의 전경 [로이터]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국’ 1위 자리를 53년 만에 싱가포르에게 내줬다. 코로나 봉쇄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홍콩을 빠져나간 수요가 싱가포르로 몰리면서로 분석된다.
캐나다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프레이저연구소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의 경제적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경제적 자유도는 전년대비 0.07점 하락하면서 전세계 165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1위에는 지난해 2위였던 싱가포르가 올랐다. 홍콩이 자유로운 경제국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경제적 자유도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나 도시에서 스스로 경제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규제 장벽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제한, 사업 비용 상승 등은 경제적 자유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연구소는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의 간섭이 증가하면서 한때 ‘아시아 금융허브’의 명성을 누렸던 지역의 경제적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드 맥마흔 프레이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홍콩의 최근 변화는 경제적 자유과 시민의 자유, 정치적 자유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반대여론을 단속하려는 중국 정부의 억압과 통제 노력이 경제적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지난 2019년 범죄인인도법 시위 이후 홍콩을 떠난 다국적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1970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자유로운 경제국 1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국로서의 지위 상실은 홍콩 정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고 진단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이 싱가포르와의 라이벌 싸움에서 자존심을 구겼다”고 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는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글로벌 인력 컨설팅사 ECA인터내셔널이 실시한 ‘해외 체류 아시아인이 가장 살기좋은 도시’ 설문에서도 2005년 이후 17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해당 조사에서 홍콩은 92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편 홍콩 정부는 프레이저연구소의 보고서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홍콩 정부는 “홍콩을 관리하는 것은 홍콩인들이며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본토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사업 진출 등에 대한 장벽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