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모로코·리비아 악재에 여행가도 충격 [여행가중계]

by 민들레 posted Sep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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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를 앞두고 경악을 금치 못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리비아에 연이어 닥친 악재에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라고는 하지만 ‘정말 막을 수 없었나’라는 의문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모로코·리비아의 재해 원인부터 현황까지 여행업계 소식과 더불어 9월 셋째 주 여행가 소식 전합니다.
 

‘모로코’ 강진으로 3000명이 죽었는데 관광 오라고?

 

[영상] “푸른 빛 번쩍였다”…모로코 강진 3분 전 하늘에 ‘의문의 빛’ 포착(매일경제)

모로코 강진, 사망자 3천명 육박…피해 복구 총력(KBS)

[인터뷰] 정기용 대사 “모로코 답변 기다려…韓지원 진정성 받아들여지길”(연합뉴스)

모로코·리비아 연이은 최악 기상재해… ‘알고도 손 놓은’ 아프리카(한국일보)
 


 

모로코 강진 / 사진=Flickr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오후 11시 11분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에서 규모 6.8에 달하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120년 만에 모로코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이다.

이 정도 수준의 지진은 폭은 20km, 길이는 30km 정도의 단층이 한 번에 움직였을 때나 발생하는 강진이다. 현재까지 집계한 사상자만 약 9000명이다.

진원지와 가까운 알하우자주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으며 그다음으로는 타루단트주의 피해가 컸다. 특히 안타까운 소식은 사망자 가운데 대부분이 붕괴한 건물에 파묻혀 숨졌다는 점이다.
 

마르케시 흙집 / 사진=flickr

 

지진이 발생한 지역 건물의 대다수는 내진 설계를 하지 않고 압축한 점토로 지은 흙집이다. 더욱이 이 지역이 가파른 아틀라스산맥의 고원 지대를 터로 잡고 있어서 지형적으로도 취약했다.

​가파른 지형 때문에 평상시에도 접근이 힘든 지역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이 도로까지 파괴해 구조 활동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과 사투를 벌이던 모로코는 결국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겼다.

강진 이틀 만인 지난 10일에 이어 13일까지 여진이 잇따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집이 무너지지 않은 사람들도 지진 트라우마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랍권 대표 방송 알자지라(Al Jazeera)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담요, 의료품, 물, 음식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피해 지역 주민 아브드 알 라만(Abd al-Rahman)은 “고지대 특성상 낮보다 밤 기온이 훨씬 떨어지는데 추위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우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사진=매일경제DB

 

지진은 모로코의 문화유산도 앗아갔다. 1070년대 구축한 유서 깊은 구도심이자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메디나’의 거리 곳곳이 무너졌다. 쿠투비아 모스크의 69m 높이 첨탑 ‘마라케시 지붕’ 역시 금이 가서 심각한 훼손을 입었다.

이렇듯 심각한 피해 속에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상황에서 모로코 정부는 오히려 국제사회의 도움을 마다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지원만 골라 받겠다며 미국, 프랑스 등이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스페인 등 외교 관계가 매끄러운 국가에 한해 도움을 받았다. 앞서 우리 정부도 의료진 중심의 해외 긴급구호대 파견과 27억 원 상당의 구호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모로코가 소극적으로 지원을 수용하는 배경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생한 모로코 강진 때 전 세계 구호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았다. 당시 무질서한 지원 체계와 불필요한 지원 물품이 오히려 모로코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켰다.

모로코 정부의 의문스러운 대처에는 부정적인 과거 경험에 껄끄러운 외교 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책 회의 중인 모로코 정부 / 사진=모로코 외교부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또한 모로코 정부는 첫 지진이 도시를 덮친 지 12시간이 지나서야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같은 시기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프랑스 파리 저택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자국민의 공분을 샀다.

모로코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사이의 판 경계에 있는 땅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해당 부근은 매년 단층이 움직이고 있는 활성단층 지역이다. 이 사실을 알고도 지진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모로코 정부에 국내외적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쑥대밭으로 변한 모로코는 지난 10일 관광을 재개했다. 진원지이자 모로코의 대표 관광지인 마라케시는 단체 관광객을 받고 광장과 도로를 중심으로 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심각한 피해를 본 모로코 관광업계는 ‘모로코에 찾아오는 게 모로코를 돕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현지 일부 여행사는 안정성을 알리며 관광을 독려했다. 모로코의 관광산업은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7%를 차지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바히야 궁전 / 사진=flickr

 

예상보다 빠른 관광 재개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바히야 궁전과 제마 엘프나광장 등은 인파로 북적일 정도였다. 최근에 개장한 마라케시의 5성급 호텔 페어몬트 로얄 팜 마라케시(Fairmont Royal Palm Marrakesh) 등을 비롯해 다양한 숙박시설 역시 영업을 재개했다.

다만 대부분의 모로코 현지 항공사는 오는 23일 전까지 방문 예정이었던 여행객의 항공편을 무료로 바꿔주고 있다. 그 덕에 모로코에서는 생경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재민들이 야외에서 잠을 청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쇼가 열리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모로코는 여전히 활기찬 여행지”라며 “다만 주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무리해서 여행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2. ‘1만이 넘는 생명이 꺼졌다’…리비아 대홍수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

 

리비아 대홍수 사망자 1만 1,300명…‘예견된 인재’ 비판(MBN)

리비아 적신월사 “대홍수 사망자 1만 1300명”…“기상 예보만 작동했더라도…”(서울신문)

WHO, ‘대홍수’피해 리비아에 26억원 긴급 지원(뉴시스)
 


 

리비아 홍수 / 사진=MBN 화면 캡쳐

 

북아프리카 리비아 대홍수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리비아 동북부에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휘몰아치며 데르나시의 댐 2곳을 파괴했다.

댐이 무너지며 14일까지만 해도 6000명 정도로 집계했던 사망자가 하루 만에 약 1만1300명으로 불어났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한 실종자 역시 1만100명에 달한다.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사망자 수가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데르나 인구는 약 12만5000명인데 이 추산이 현실화한다면 지역민 6명 중 1명이 목숨을 잃는 경악스러운 계산이 나온다.

무너진 댐 2곳은 1970년대 건설한 노후 시설이었으나 2002년 이후 유지 보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댐이 터지며 20m에 달하는 물이 쏟아졌고 데르나 도시 동쪽 4분의 1에 달하는 면적을 덮쳐 도시를 초토화시켰다.
 

(좌) 아랍의 봄 혁명 (우) 무아마르 알 카다피 / 사진=Flickr

 

댐을 제때 유지 보수 하지 못한 이유는 현재 리비아가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2011년 민주화 혁명 ‘아랍의 봄’이 일어나며 정권을 잡고 있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했다. 이후 동부에 리비아 국민군(LNA)과 통합정부(GNU)가 대립하며 세력이 두 쪽 나 사실상 정부가 없는 상태다.

​홍수는 건물부터 사람까지 도시의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휩쓸어 갔다. 휩쓸려 바다로 나간 시신은 다시 해변으로 떠밀려 와 겹겹이 쌓이는 끔찍한 광경을 만들었다. 구조 인력이 부족한 탓에 거리 곳곳에 시신을 방치할 수밖에 없어 전염병 등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리비아는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 대부분 지역의 민간인 출입을 금지해 사실상 도시를 봉쇄했다.
 

리비아 강진 / 사진=AP 통신 캡쳐

 

이렇듯 리비아의 끔찍한 대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리비아 홍수는 수많은 경고가 있었던 예견한 비극이었다.

지난 10일 리비아 국립 기상청은 데르나에 400㎜가 넘는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대체로 건조하고 더운 리비아 같은 지역에서는 비가 오면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지표면에 그대로 머무르며 물이 빠르게 흘러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같은 날 현지 경찰이 데르나 시장을 만나 폭우와 폭풍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런 우려에도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리비아 국민군 관리들은 태풍 상륙 당시TV에 출연해 대피령을 내리기는커녕 통금 시간에 맞춰 집 안에 귀가해 머무르라고 지시했다.

사태가 커지자 지방 정부가 통행금지를 지시한 것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일며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 사진=flickr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 기자회견에서 “리비아의 기상 경보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경보를 발령해 사람들을 대피시켜 대부분의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 기상예보 시스템 개선 작업을 돕기 위해 리비아 당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불안한 국가 안보 상황 때문에 실현하지는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리비아 항공 / 사진=flickr

 

한편 우리 정부는 리비아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재난으로 리비아 현지 한국 기업의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져 산업부도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리비아는 구호 물품을 실은 항공기 등을 우선적으로 받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계속한 무력 충돌을 계기로 리비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행을 오는 2024년 1월 31일까지 금지했다.

리비아의 재난의 악영향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리비아는 일평균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 중 하나다. 리비아에서 악재가 발생하며 원유 공급이 부족해지면 유가가 상승한다. 연료비를 써야 하는 항공 및 해운 업계는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