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평화유지군 불구 나고르노 공격에
러 중재로 자치해온 아르메니아계 주민
하루 만에 아제르바이잔과 합병에 동의
[AP/뉴시스]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공격이 시작된 지 하루만에 자치정부 지도자들이 아제르바이잔 합병 협상에 동의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의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군 진지. 2023.09.21. *재판매 및 DB 금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20일 전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고 이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에 재통합하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휴전으로 소련 붕괴 뒤 몇 년 동안 전쟁을 벌인 끝에 자치권을 행사해온 아르메니아계가 자치권을 포기했다.
러시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분쟁을 중재하고 평화유지군을 이곳에 파견하면서 아르메니아 및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브뤼셀의 유럽 카네기재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문가 토마스 드 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약해졌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러시아로부터 벗어나고 있고 아제르바이잔도 러시아로부터 더 독립적이 됐다”고 말했다.
하루동안 지속된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공격으로 민간인과 군인 24명이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평화유지군이 공격을 받았고 병사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러에 군사 공격 밝혔으나 러 대응 안해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국경 안에 자리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대부분으로 1990년대 러시아가 중재한 평화안에 따라 자치를 실시해온 곳이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이 권리를 주장한 이후 소소한 충돌이 계속돼 왔다. 이후에도 아르메니아계의 자치와 아르메니아와 연결 통로 확보 및 러시아 평화유지군 주둔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아르메니아계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러시아가 더 이상 평화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비난해왔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번 공격에 앞서 러시아에 공격할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정권 교체를 노리느라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최근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면서 서방과 관계를 강화해 왔다.
한편 이번 휴전합의는 21일로 예정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도자들의 휴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전투가 완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나고르노-카라바흐 공격을 멈추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왔다고 밝힌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 영토임을 주장해왔으나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거의 전적으로 아르메니아를 통해서만 해외 이동이 가능한 상태다.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얽혀 있는 곳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음에도 남코카서스 지방에 대한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해져 왔다. 이 지역은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이 밀집한 곳으로 미국, 튀르키예, 이란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이달 초 미군 85명이 아르메니아군 175명과 10일 동안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지도자들이 확전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군사 행동을 멈추도록 촉구하고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에게는 아제르바이잔에게 대화를 시작하도록 촉구했다고 알렸다. 블링컨 장관은 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중재를 모색해왔으며 지난 1년 새 워싱턴에서 두 지도자의 회담을 두 차례 주선하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1년 가까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회랑을 차단하려 공격해왔으며 이로 인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식량과 의약품 부족 등 인도적 고통을 겪어 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 정부는 이번 휴전 합의로 충돌이 멈추고 아르메니아군 병력이 철수하며 현지 군대가 무장해제하며 21일부터 아제르바이잔에 재통합하는 협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공격은 2020년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격을 막지 못하자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정신이 팔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해왔다.
이 비난으로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관계가 냉각되면서 러시아 방송은 파시냔 총리 관저 주변에서 벌어진 시위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러시아의 평화유지군이 활동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러시아 논평가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파시냔 총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제르바이잔에게 빼앗긴 파시냔 정부에 대한 아르메니아 국민들의 불만에 기대 친러 야당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5세기부터 거주해온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을 서서히 추방할 계획인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