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력 시설 또 대공습…겨울철 ‘에너지 위기’ 부르나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의 파편이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주거지역에 떨어지면서 구멍이 난 곳에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서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에너지 위기를 부른 대공습이 재연될 조짐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동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의 5개 지역을 순항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43기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자신들이 36기를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공습으로 9살짜리 소녀를 포함해 적어도 18명의 민간인이 다쳤다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미사일 잔해가 시내 중심부에 떨어져 건물 몇채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르비우주의 막심 코지츠키 주지사는 국경에 가까운 도시인 드로호비치의 기반시설과 창고 건물에 3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습의 여파로 키이우주, 하르키우주, 서부 리우네주·르비우주,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운영업체 우크레네르고는 러시아군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자국의 전력망 기반시설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며 서부와 중부 지역에서 전력 시설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안드리 오사드추크 우크라이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 오늘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공습은 군수 산업 시설, 전파 탐지 시설, 파괴공작원 양성소 등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7월 중순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파기한 이후 최근까지 흑해와 다뉴브강 연안의 곡물 수출항에 대한 공습에 집중해왔다. 이날 공습은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저지에서 에너지 시설 파괴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집중 공격해 전체 전력 시설의 절반 정도에 손상을 입혔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 극심한 전력난을 겪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통해 지난해보다 더 우수한 방공망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전국을 방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은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와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시설, 주요 전투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서부 등 나머지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방공망이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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