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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데르나의 랜드마크인 사바하 모스크 앞에 모여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대홍수로 인해 초토화된 리비아 데르나에서 정부와 의회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국제조사를 요구하며 시장 자택에 불을 질렀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식수 부족에다 전염병, 지뢰 등의 새로운 위협으로 생존 기로에 서있습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풍이 쏟아낸 폭우로 댐 2개가 붕괴하면서 공식 사망자 수가 4000명에 육박한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처음으로 정부를 성토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전날 수천명의 주민들은 데르나의 랜드마크인 사바하 모스크 앞에 모여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특히 리비아 하원의 아길라 살레흐 의장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면서 "국민은 의회를 원하지 않는다", "아길라는 신의 적", "도둑놈과 반역자를 처형하라" 등 격한 구호를 외쳤습니다. 일부 주민은 이날 저녁 데르나 시장인 압둘모넴 알-가이티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재난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유엔에는 데르나 지역 재건작업과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가이티 시장은 현재 정직 상태입니다. 데르나시위원회 위원들도 전원 해임되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위에 동참한 학생 만수르는 "수천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간 댐 붕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인 타하 미프타흐는 "오늘 집회는 정부가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메시지"라며 "의회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10일 태풍 다니엘이 쏟아낸 폭우로 1970년대 지어진 댐 2개가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쳤지요. 대홍수로 붕괴한 건물 잔해 등에 많은 사람이 묻혀 있어서 아직 정확한 사상자 집계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까지 사망자 3922명, 실종자는 9000여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도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식수원이 오염돼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수인성 감염병이 돌 가능성도 큽니다. 이미 설사 등 발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습니다. 홍수에 떠밀려온 지뢰는 생존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복병입니다. 리비아에는 오랜 내전으로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습니다. 이번 홍수로 지뢰가 물에 떠내려와 추가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생존자들은 지뢰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물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부상자 치료 역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병원 건물에까지 물이 들어차 있기 때문입니다. 리비아 동부 베이다의 한 병원장은 홍수가 병원 저층에 있는 의료 기기들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존자가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는 추가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생존자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소문에만 의지하고 있다"면서 "물도 없고 자원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을 위한 국제 원조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리비아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 구호 자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습니다.

참사 이후 목격된 참혹한 상황도 생존자들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알-자위는 "물이 빠진 뒤 인근 거리에서 25∼30구의 시신을 봤다. 일단 시신을 덮을 것을 찾았고 이후 생존자 수색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종된 일가족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무너진 집터에서 무릎을 꿇은 채 땅을 파던 사브린 블릴은 실종된 가족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신이시여 단 한 사람이라도 단 한 구의 사체라도 찾게 해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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