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둔화로 외자 '엑소더스' 심화
위안화 가치하락 등 우려에 대응 나서
현행 30% 외국인 지분 한도 상향 검토
상하이·베이징은 해외 송금 제한 완화
중국이 상장 기업의 외국인 지분 한도를 늘리고 해외 송금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외국 자본 이탈이 심화한 데 따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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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상하이·선전·베이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해외 지분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을 총 30%로, 단일 외국인 주주 한도는 10%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 한도를 늘리면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다만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완화 대상이나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최근 중국 증시에선 외국 자금의 ‘엑소더스’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증시 전고점인 2021년 12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약 1880억달러(약 250조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지난 8월에만 중국 증시에서 120억달러(약 16조원)어치를 매도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 당국은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 및 증거금 인하, 증시 대기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는 대규모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 등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외자 탈출은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부동산 업체들의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으로 시장 불안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외국인 자금 유출은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려 중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최근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위안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상하이와 베이징의 해외 송금 한도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1일부터 상하이 자유무역 시범지구와 인근 링강 지구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관련 자금을 중국 안팎으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 대만 직원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급여와 기타 합법적으로 얻은 수입을 언제든 국외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송금 자금 규모나 빈도, 통화의 종류 등에 대한 제한도 없어졌다. 다만 송금하는 자금의 합법성은 증명해야 한다.
베이징도 상하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규칙 초안을 지난 20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베이징은 해외 기업이 국내에 재투자할 때 외국환 등록 절차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본 유출에 직면했다”며 “당국은 외국인 투자 침체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