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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슨, 2년 넘게 머스크 주변 인물 130여명 인터뷰
결점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기술
어린 시절의 폭력적 환경…공감 못하는 성격으로 성장
'죽기 아니면 살기'…위험에서 동기부여

 



"머스크는 멍청이가 아니지만 가끔은 아주 멍청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중략)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저 임무를 완수하고 싶을 뿐인 거죠." - 귄 숏웰 스페이스X 사장

"머스크가 권위주의적이고 비열하고 어두운 일면을 보인 적도 있었고 (중략) 저는 그런 머스크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 트위터 인수 직후 머스크와 일했던 직원 요엘 로스

"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옹호하는 모든 것이 싫어요." - 성전환 수술로 남자에서 여자가 된 머스크의 자녀 자비에

"(제왕절개 수술받는 사진을 찍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건) 머스크의 아스퍼거증후군이 완전히 드러난 거죠. (중략) 그는 제가 왜 화를 내는지 전혀 몰랐어요." - 머스크의 전 연인 그라임스

일론 머스크의 삶을 다룬 동명의 전기에 담긴 주변인의 냉정한 평가다. 국내 전기가 위인전에 가깝다면 서구의 전기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이 책 역시 날 것 그대로의 평가를 담았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집필했던 월터 아이작슨. 그는 머스크의 업적은 성과대로 다루되, 그의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인간적 결점을 포착한 뒤, 그 결여가 낳은 비극과 성과를 고루 조명한다. 업적을 부풀리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자기소개서용 단점’을 끼워 넣는 국내 전기와는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셰익스피어가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도 결점으로 주조된다"고 했듯 결점을 숨기지 않는다.

실제 저자는 머스크의 일면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그(머스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몰아붙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 불쾌감이나 위협감이 되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중략)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어린아이가 있는 거죠. 아버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어린 시절 머스크는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로켓과 폭약을 가지고 놀아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고 머스크 스스로도 "열 손가락이 멀쩡한 게 신기했다"는 가정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아"를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그는 늘 혼자였다. 별난 아이이긴 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면 주변에 반응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를 "모든 감각 시스템을 차단했다"고 표현한다. 이럴 때면 선생님 지시도 불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야단을 쳐도 나는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곤 했다." 자신이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일론 머스크 [사진제공=21세기북스]

아버지는 냉정했다. 어린 시절, 머스크가 학교 친구와 시비가 붙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쳤는데 아버지는 머스크를 1시간 가까이 세워놓고 "멍청이에 쓸모없는 놈"이라고 힐난했다. 아버지는 심리적 버팀목이 아니었다. 일론과 킴벌 형제는 "아버지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견디는 삶을 위해 머스크는 감정을 차단하고 책과 게임에 몰두했다. 당시 읽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훗날 우주탐사를 위한 스페이스X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은 머스크가 위험에 매료되는 계기가 됐다. 일에서나 이성 관계에서도 흥분과 불안, 날카로움을 선호했다. 주변인들은 머스크가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우리가 물러설 수도 없게 배를 불태워버리는 데 몰두했다" "리스크 그 자체를 즐겼다"고 증언했다.
 

여자친구 그라임스와 그와 낳은 3남매 중 막내아들 테크노 메카니쿠스. [사진제공=21세기북스]

그 결과 머스크는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전기차 테슬라, 우주탐사 스페이스X,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뇌와 디지털 연결을 시도하는 뉴럴링크, 사회관계망서비스 ‘X’까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이라는 명예와 부를 거머쥐었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의 행동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 느끼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 과학과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머스크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인정과 배려, 이해가 삭제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안겼다. ‘죽기 아니면 살기’란 극단에서 힘을 얻는 머스크는 자신의 목표 앞에서 "다른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머스크는 아이작슨이 2년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본인의 메일과 문자를 제공했고, 적대자를 포함한 주변인 130여명을 인터뷰하도록 도왔다. 치부가 드러날 수 있음에도 "책이 출판되기 전에 원고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고, 어떠한 통제권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는 일론 머스크. [사진제공=21세기북스]

덕분에 결점으로 주조된 세계 최고 부호의 일면이 공개됐다. 출산율을 높이고 똑똑한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이유로 비즈니스 관계인 본인 회사 임원에게 정자를 기증했고, 페이팔에서 쫓겨날 때에는 되레 대변인을 맡겨달라고 요구해 ‘셀럽병’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돈을 주지 않으면 망가뜨리겠다는 아버지와 자신을 혐오하는 자녀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측정점이 있다"며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을 때) 머스크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울증으로 고통받지만 병원을 찾기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가 하는 일로 풀어낸다"는 머스크는 이렇게 말한다. "혹시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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