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감자밭에서 판매하는 감자빵.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강원도 춘천의 ‘카페 감자밭’에서 시작된 ‘감자빵’은 국내 판매 3년 만에 연매출 200억원을 넘어선 히트 상품이다. 감자빵만큼 유명한 건 이를 탄생시킨 30대 부부 공동대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본인들의 노력으로 성공을 일군 청년 대표로 주목받은 이들은 그간 다양한 매체에 소개됐다. 이미소(32)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는 지난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 로컬기업 대표로 참석했고, 동갑내기 최동녘 영농조합법인 씨앤엘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최연소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그랬던 이들이 현재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내 이미소 대표는 남편 최동녘 대표의 법인에 감자빵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혼소송도 제기했다. 남편은 “축출당하는 기분”이라고 했고, 아내는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감자빵 개발 기여도, 누가 더 많나
지난 3월 방송된 '지혜를 빼앗긴 도깨비'에 출연한 이미소 대표가 감자빵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
23일 조선닷컴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내는 지난 7월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아내 측은 소장에서 성격차이, 대화단절 등을 이혼 사유로 적시했다. 두 사람에게 아이는 없다. 재산분할에 관해서는 “원고(아내)의 기여도가 90% 이상”이라고 했다. ‘카페 감자밭’의 부지와 건물, ‘밭’ 주식회사 자본금 등을 이 대표의 부친이 모두 부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고(남편)에게 10억원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감자빵에 관해서는 아내의 부친이 항상 “감자와 똑같이 생긴 빵을 만들라”고 주문했으며 아내가 요리전문가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남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남편 측 관계자는 “‘청년 농부 부부’로 알려졌지만,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아내는 농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며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남편의 아이디어에서 감자빵이 탄생했고, 이건 그간 아내도 방송에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조합으로부터 85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10억원은 축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한 이 대표는 ‘감자빵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감자를 싫어한다는 편견 때문에 고구마감자마늘빵, 감자닭갈비파이처럼 저는 감자에 뭘 자꾸 붙였다”며 “남편이 2년 동안 이걸 보면서 ‘감자 넣어서, 감자 모양으로, 감자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남편이 만들던 감자빵, 판매 못하나
아내는 “방송에서 남편이 자기 이야기를 안 하면 서운해 하기에 한 말”이라고 했다. 또 “사업을 시작하며 남편이 투자한 돈은 한 푼도 없다. 감자빵 개발 비용마저 부모님이 대주셨다”며 “소장은 변호사님이 작성하셨을 뿐, 실제로는 수십억원의 재산 분할을 제안했으나 조율은 무산됐다”고 토로했다. 이후 아내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 건 6월 초 벌어진 ‘감자빵 미납 사건’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결별은 감자빵을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남편이 경영권을 가진 법인이 감자빵을 만들어 아내의 회사에 납품해오는 식으로 사업이 운영되어 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감자빵 생산단가를 150% 높여 달라고 요구했고, 아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은 갑자기 감자빵을 납품하지 않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아내 측 주장이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해 제품을 무단으로 판매할 수 있다며 법원에 감자빵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남편은 “그동안 저희는 수익을 포기할 정도의 단가 계약을 맺고, 밭 주식회사의 수익을 높여주는 형식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지금까지는 하나의 법인이라고 봤으니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이것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그는 “단가를 조율해주지 않으면 저희는 계속 손해를 봐야한다는 걸 아내도 알고 있고, 공문도 보냈다”며 “그럼에도 제 사정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감자빵 공급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저 또한 감자빵 특허권자고, 이제는 그 레시피와는 다르게 빵을 만들고 있다”며 “그럼에도 감자빵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한 건 저를 말려 죽이려는 작정 같다”고 했다.
소송 이후, 감자빵의 미래는
감자빵을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 직원들이 2021년 춘천 감자밭 카페 정원에서 기념 촬영한 단체 사진. /밭 제공
남편은 “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을 다 바친 곳인데, 이렇게 정리되는 것이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농촌 기획자로서 또 다른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내는 최근 200여명 직원들에게 남편의 감자빵 공급 중단과 관련해 “사적인 관계 또한 결부되어 있는 일이기에 마음이 참담했으나 크루들이 함께해 주었기에 하루하루 나아갈 수 있었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는 “건강하게 이 모든 일들이 하루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며 “저희 내부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