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F-16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 패키지를 베트남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미 공군 F-16 전투기. 중앙포토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 대규모 무기 패키지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 중인 베트남이 해상 방어력 강화를 원하기 때문이며 이는 다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내년을 목표로 F-16 전투기 1개 함대를 포함한 군사 패키지를 베트남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은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정확한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리는 “우리는 베트남과 매우 생산적이고 유망한 안보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영해 감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베트남이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미 백악관과 베트남 외무부 측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과 베트남의 무기 협상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행동을 강화하고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를 둘러싼 베트남과의 분쟁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 추진되는 것이란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베트남은 1964~1975년 미국과 전쟁을 치렀지만 중국과도 1979년 무력 충돌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중국이 가상의 경계(일명 구단선ㆍ九段線)를 그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베트남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베트남의 주요 무기 거래는 베트남의 더 큰 이웃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베트남과 중국 간 오랜 영토 분쟁이 남중국해에서 가열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베트남이 해양 방어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싱크탱크 ‘퍼시픽 포럼 인터내셔널’ 해양안보담당 이사인 제프리 오대니얼 도쿄국제대학교 국제안보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비대칭 방어 능력을 개발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통신에 말했다.
베트남은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문 때 양국 관계를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16년 무기 금수 조치 해제 이후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방산 분야 수출은 해안 경비함 및 훈련기로 제한돼 있으며, 베트남의 기존 최대 무기 수입국은 러시아다. 통신은 “베트남 무기고의 약 80%를 러시아가 공급해 왔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최근 비밀리에 80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무기 구매 협상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미 뉴욕타임스(NYT)에서 나오기도 했다. NYT는 지난 9일 “베트남의 러시아 무기 구매 협상은 베트남의 대미(對美) 활동을 약화시키고 각국에 ‘우리 아니면 그들’이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미국 외교정책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