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 의존도 높은 국가, 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환율 타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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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채를 비롯한 신흥국 자산이 국제 유가 상승에 취약하고, 한국도 신흥국 가운데 중상위 수준의 민감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가 상승에 따른 13개 주요 신흥국의 5년물 국채 금리 움직임을 비교한 결과 인도가 가장 취약하고 한국은 5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전했다.
블룸버그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8차례에 걸친 국제 유가 상승기 동안 각국 5년물 국채 금리의 평균적인 움직임을 표준편차로 나누는 식으로 비교했다.
한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금리가 10.3bp(1bp=0.01%포인트) 올랐고,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값은 0.92로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필리핀·멕시코에 이어 5위였다.
인도는 금리가 12.8bp 오르고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값은 1.35로 가장 높았다. 반면 중국은 금리가 1.2bp 올랐고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값은 -0.01로 가장 낮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나오면서 신흥국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으로 이러한 추세는 꺾인 상태다.
국제유가는 연저점 대비 30% 넘게 오른 상태로, 특히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여파 속에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 달 만에 15%가량 상승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사그라진 것도 악재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신흥국 국채 가격지수 및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통화 지수 등이 모두 2개월 연속 하락세를 향해 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텔리머의 하스나인 말리크 전략가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필리핀·파키스탄·요르단·케냐·모로코 등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본토벨 자산운용의 카를로스 데 수자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 및 환율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투자 비중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의 존 해리슨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이미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 유가뿐만 아니라 식품 물가와 강달러, 중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완화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시즈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갤 피찬은 고유가와 강달러가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헝가리 등의 화폐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노무라 홀딩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인도가 이번에는 총선 등을 앞둔 만큼 고유가에 따른 소매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고 봤고,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 측은 고유가가 중국의 생산자물가 디스인플레이션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만큼 중국 국채가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가 상승은 말레이시아·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수출국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